'안다'는 것에 대하여
'안다'는 것에 대하여
  •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 팀장)
  • 승인 2021.11.0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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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11월입니다. 해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기는 했지만, 제가 있는 세월호 참사 재난 현장의 피해가족들은 이즈음이면 시민들 곁으로 찾아가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해 설명해 왔습니다.

8년이 가까워져 오는 2021년 11월에도 어김없이 <진실여행>이라는 제목을 달고 간담회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시민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세월호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누군가는 '다 밝혀진거 아니었어?'라고 질문할수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2014년 4월 16일,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그 커다란 배는 가라앉아야 했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2021년 대한민국의 재난참사의 민낯입니다. 7년이나 지났지만,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재난참사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사회, 304명이나 되는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던 이유를 답하지 않고, 책임도 묻지않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안다'는 건 그 사실부터 시작입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다가 지역사회 재난현장으로 선 자리가 바뀌고나서 제가 잘 쓰지 않는 말이 바로 '안다'는 단어입니다.

<역지사지> 라는 말로 지역주민의 삶과 고통을 쉬이 "안다"고 말해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나고보니 결코 알 수 없습니다.

18세가 되도록 온우주나 다름없는 아이를 하루아침에 놓쳐버린 그 마음을 제가 '안다'할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위로의 마음을 담아 '아이를 잃은 그 마음을 안다. 그러니 이제는 가슴에 묻어야 하지않겠는가?'라는 말씀을 건네는 이들도 있습니다. 내가 겪지않고는 같은 고통이라 말할 수 없는 그 고통을 '알고 있으니 그만하라'는 말이 세상에 남겨진 피해가족들에게 얼마나 피맺힌 멍이 되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잘 모릅니다. 

 

2019년 12월, 4.16재단 주최로 국제포럼이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에서 재난 참사 피해자분들이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프랑스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연대체인 <FANVAK>과 영국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연대체인 <Disaster Action>은 재난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멘토역할과 함께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온 단체입니다. 뉴질랜드는 재난 참사를 극복하는 과정을 지역공동체 화폐로 볼수 있는 <타임뱅크>를 통해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였습니다. 이들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포함한 국내 재난참사 피해가족들이 함께 포럼에 참여 했을 뿐만 아니라, 함께 단원고등학교를 포함한 재난을 겪은 지역사회를 둘러보고 식사를 했습니다.

통역을 두기는 했으나 언어 장벽이 있었음에도 피해가족들은 서로를 깊이 안아 위로했습니다. 눈을 마주보는 것 만으로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통역을 여러차례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음에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모두가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런 장면은 국내 재난참사 피해가족들의 연대모임에서도 쉬이 발견합니다. 재난 참사를 통해 가족을 잃은 이들의 눈빛과 마주잡은 손은 깊은 공감과 연대가 존재합니다. 재난 피해가족이 아니고는 절대 가늠조차 되지않을 슬픔과 고통의 무게를 견딘 이들의 연대의 감정입니다. 

한켠 그러한 감정이 그들만의 것이 되도록 방치한 한국 사회의 무심함이 만든 유대일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타인의 고통와 아픔을 공감하는 일, 그 고통에 이르게 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 사회적으로 성찰하고 교훈을 남기는 일에 우리 사회는 미숙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수 많은 재난 참사가 있었지만, 피해자 관점에서 쓰여진 재난 참사의 진실을 담아 쓰여진 백서는 겨우 한두권 정도 입니다. 재난 참사를 예방하여 대비하기 보다는 빠르게 수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재난의 원인을 촘촘히 밝히지도 않았으며,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으니 책임지는 이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재난 트라우마의 회복은 개인의 책임에 기대어 있습니다. 피해자의 삶에 대한 고통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니, 곁에 있는 이부터 어떤 사회구성원도 그 고통과 어려움을 '안다' 말할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지금보다는 피해가족들에 대해 '안다' 말할수 있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갈수 있을까요?

제가 재난 참사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계속 가지고 있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재난 현장에서 코로나19라는 또다른 재난을 겪고 있는 여러분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 질문과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전하는 소식은 때론 질문으로, 때로는 제 생각으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함께 읽어 주시고, 함께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