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의 본질을 생각하다

2022-08-08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최주환

예전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유난히 강조한 말이 있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집단화해서 행동하려고만 하면 금과옥조처럼 ‘법치주의’를 들고 나왔다.

잘못된 정치행위나 행정행위를 바로잡으려고 목소리를 높이면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몰아세웠다. 법질서를 훼손하면 불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서 엄벌에 처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법치주의를 강조할 때마다 번갈아 등장했던 당국자들은 근엄하기 한량없는 표정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원래 법치주의는 국민보다도 권력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법치주의의 본질은 국민의 권리를 권력자들이 침탈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하는 것이고, 권력자들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과 권력자의 의사보다는 국민의 의사에 따라 법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법치주의는 이 삼자가 같은 힘을 유지할 때 완성된다. 또한 법치주의는 국가의 질서유지 수단이 폭압적인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고, 그런 시도가 절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 법률적 제어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치주의를 통치의 수단으로 여기거나 면피의 도구로 사용하면 그것은 법치주의의 타락이고 몰락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국민을 겁박하는 도구로 악용되어 왔다.

지난 시절, 권력자들은 국민들의 못 살겠다는 아우성마저 ‘엄단’의 대상으로 삼았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도 해괴한 논리로 변색된 법질서를 내세워 철저하게 봉쇄했다. 법치주의와 법질서는 힘없는 국민들이 지켜야 할 몫이었고, 자신들은 탈법적 행태를 일삼았다.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가사회발전을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라는 궤변이 어김없이 따라붙었다. 헌법질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엉뚱한 사람들이 국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걸핏하면 법치주의를 내세워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비판세력을 억압했다. 그런데 그 망령이 2022년에 되살아난 느낌이다.

틈만 나면 국민들에게 법치주의와 법질서를 운운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또 다시 등장해서 법치의 원리를 능멸하고 심지어는 조롱하고 있다. 저들에게 법치주의는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는 휴지조각 정도에 지나지 않은 개념인 모양이다. 이런 망측한 일이 지난 시대의 일이 아니고 지금 권력의 중심부에서 진행 중이라는 데 끔찍함이 있다. 일찍이 권력의 본질을 꿰뚫어 본 몽테스키외는 ‘권력을 가진 자는 항상 남용하려고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오래 전의 예측을 아직도 우리나라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슬프다.

법치주의는 국민들보다도 권력을 가진 자와 그 주변인들이 반드시 지켜야할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