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뮤지컬극단 ‘라하프’, 우리들의 이야기(This is our story)
발달장애인 뮤지컬극단 ‘라하프’, 우리들의 이야기(This is our story)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0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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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하프의 이문오입니다. 오늘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라하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끝까지 달려온 그녀와의 인터뷰를 정리해 그녀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너무나 친하게 지내던 엄마와 딸이 오늘은 무슨 일인지 찬바람이 쌩쌩 붑니다. 엄마가 하자는 모든 것이 불편한 딸과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뮤지컬을 했으면 하는 엄마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습니다.

엄마의 손에 끌려 오디션장으로 들어온 그녀의 태도는 무척 화가 난 상태였습니다.

  “나 뮤지컬 하기 싫어”

오는 내내 엄마와 실랑이를 하며 심통도 부리고, 화도 내고, 주저 앉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굴러 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엄마가 너무 단호합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던 평소의 엄마와 달리 오늘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힘들어 죽겠다는 목소리로 “엄마, 나 뮤지컬 하기 싫다고” 다시 한번 고집을 부리지만, 결국 오디션장입니다. 오디션장에 가지 않으려고 무진장 노력했지만,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친구도 싫고, 엄마랑만 말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은 다 무서워서 이야기하기도 싫은데, 엄마는 왜 이러는지...” 마음에 짐을 한가득 지고 오디션장에 갔더니 대학친구들이 있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한소라”

그런데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엄마가 빨리 들어가라고 손짓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크게 쉬고 오디션장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혼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위압감에 몸이 얼어붙었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하기 싫고 더 엄마 뒤에 숨어있고만 싶어 눈이 다시 엄마를 찾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자신을 외면합니다. 어떻게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는지 모를 정도로 덜덜 떨며 뮤지컬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 흘렀습니다. 그녀는 요즘 이렇게 말합니다.

“힘든 시간도 많았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포기하고 떠났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뮤지컬이 생소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 가운데 열심히 하다 보니 사람들이 이해되고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규칙, 배역에 맞게 움직이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문오 이사장(발달장애인 뮤지컬 극단, 라하프)
이문오 이사장
(발달장애인 뮤지컬 극단, 라하프)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보고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사람들이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가족, 동료가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포기했다면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라하프가, 배우들이, 전문가들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런 소통도 일어나게 됐습니다. 이만큼 한 것도 ‘잘 한거지’라고 포기했다면 우리도 이것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