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장, 함께하장
기억하장, 함께하장
  •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 팀장)
  • 승인 2022.01.27 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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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참사 직후,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들은 국민들에게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연재해로 재산을 상실한 것이 아니고, 생때같은 가족의 생명을 잃은 참사에서 후원금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여느 참사에서처럼 후원금은 이곳 저곳으로 꽤 모였고, 그 기금을 허락없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문을 보내기도 했었다. 일반적으로 재난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 방송을 통해 기금을 모으기 위한 전화번호가 상단에 뜨곤 했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은 돈을 입금하면서 이내 사라지곤 했고, 그 이후의 참사 피해자의 삶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은 ‘가슴에 묻으라’는 위로의 얼굴을 한 상처의 말이 오간다. 형제자매들에게는 ‘떠난 형제의 몫까지 열심히 살라’는 무거운 무게의 말로 삶이 짓눌린다. 사회적 문제로 발생한 재난 참사가 철저히 개인의 책임으로 멍에가 지워지는 과정이다.

온 국민이 방송을 통해 바르게 거꾸러지는 배를 보며, 목격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잊지 못하는 이유는, 가장 손쉬운 ‘책임감 덜기 과정’중 하나인 후원금을 내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2022년 4월이면 세월호 참사 8주기이다. 꼬박 여덟 해가 채워지고 있는데, 아직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동의할 만한 가족을 잃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여느 참사가 그랬듯, 진실을 밝히는 일은 생각보다 더 요원할런지도 모른다.

그걸 견딜 수 없는 가족들은 다시 신발끈을 매해 묶는다. 어쩌면, 매일 아침 아이의 방에 들러, ‘엄마, 오늘 또 잘 견디고, 네가 내준 숙제를 해결해볼게’라며 다짐의 신발끈을 묶을지도 모른다. 종종 엄마들이 ‘같은 사진인데, 아이가 어느날은 웃는 모습으로 응원을 해주고, 어느 날은 그렇게 슬퍼보여.’ 라며 이야기를 전해주는 걸 보면, 매일 그런 아침을 열겠구나 싶다.

이 사회가 가능한 절차와 제도를 존중해 기다렸던 지난 5년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결과만 가져왔다. 결국 또 다시 시작이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 그래서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엄마, 아빠들은 생계조차 신경쓰지 못하고 걸어왔다. 국민들이 그나마 모았던 성금은 공동의 합의를 통해 받았고, 그 돈을 기반으로 개개인들이 회비를 내어 (사)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를 운영하고, 출연하여 4・16재단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만들어진 재단에서 일하는 건, 참 무겁고 쉽지 않은 일이다. 7년이 지난 지금, 피해 가족들은 이제는 더 걸어갈 힘도 필요하지만, 긴 싸움은 돈도 필요한 상황을 마주하게 했다.

@416  재단

2022년 1월 15일 진상규명 기금 마련을 위한 <기억하장, 함께하장>이 열렸다. 전국 곳곳에 요청을 했다. ‘바자회를 여니 물품을 후원해 주십시오.’, ‘바자회를 여니 티켓을 구입해주십시오.’라는 말을 건네었다. 생각해보면, 2014년 이후, 지인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서명,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요구를 하는 서명, 국민과 함께 하는 재단을 만들기 위한 기금 마련, 피해자의 곁을 지키기 위한 기금 마련 등 수차례 요청하고 또 요청했던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이외에도 이 현장에서는 노동현장에서 생명을 잃은 노동자를 위해,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명과 기금마련이 넘쳐났다. 하루에도 평균 6명 이상이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니, 얼마나 억울한 죽음과 사고가 많겠는가 싶다. 그 수많은 서명과 기금마련을 요청하면서, 절반 즈음은 당당했고, 나머지는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가 책임지지 못하는 생명과 가족을 만들지 않기 위한 행동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니 당당했다. 한켠 많은 사람에게 갚기 어려운 빚을 지는 것이겠다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빤한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니, 함께 손 보태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그럼에도 바자회를 위해서 동료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요청하고, 마음의 빚을 내어 자리를 만들었다. 현장에서도 많은 이들이 낸 마음이 모여 피해가족들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살림살이 돈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아직 온라인 물품판매가 진행중이고,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들은 김을 파는 재정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함께 한 이들의 기꺼운 동참, 더 많이 힘을 보태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럼에도 또 요청을 할 것 같다. 사회복지현장에서 말하는 당사자들이 저렇게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하니 당연히 함께 해야지 싶다. 재난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시민들이 저렇게 최선을 다해 먼저 마음을 내고, 함께 하겠다 하니, 더 열심히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2014년 첫마음, ‘잊지않고, 함께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요청하지 싶다.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는 일이니, 동참해달라 요구하겠구나 싶다.

곧 겨울이 끝나고, 시린 봄이 오겠지.

잎을 틔우고, 흐드러지게 핀 꽃애 아이가 보고싶어 가슴 아파 우는 봄이 올 것이다.

그 봄이 오면, 4월 16일 하루만큼은 떠난 이들을 기억해주시길, 어떤 정치적인 이해관계 없이 그저, 아이가 내어준 진상규명이라는 숙제를 애가 닳아 하고 있는 부모들을 기꺼이 이해해주시길 부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