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제(諸) 규정, 확 줄이자
쓸모없는 제(諸) 규정, 확 줄이자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3.19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은 사회적 약속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최소한의 가치와 기준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법률을 위반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그 처벌의 내용은 경제적인 손해일 수도 있고, 인신(人身)의 구속 같은 자유의 박탈이 될 수도 있다. 또 신분상의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법률이 사회에서 존중되고 지켜야 할 중요한 사회적 약속의 지위를 갖게 된 배경에는 공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무리들이 등장해서 공동체의 평온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보장이나 처벌을 규범화한 이유다.

그래서 사회적 활동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는 지켜야 할 내용들을 항목화한 법률들이 등장했다. 초기의 규범들은 공동의 이익을 보전하려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였으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공동의 이익보다는 특정계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취약계층의 보호보다는 가진 자들의 이익 보호 내용을 교묘한 방법으로 곳곳에 숨겨놓은 것들이 ‘법의 탈’을 쓰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법률에 관해서 이처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사회복지시설에 존재하는 수많은 ‘규정’들을 보고 ‘법률의 퇴행적 궤적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관과 운영관리규정에 담으면 그만인 내용들을 별도의 규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 너무 많다. 어떤 사회복지법인의 ‘제 규정집’은 법전(法典)을 방불케 했다. 그 법인의 대표자는 두꺼운 규정집을 내보이면서 흐뭇해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한참 뒤떨어진 행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규정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문제 발생 시에 해결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상위법에 다 명시되어 있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들까지 규정이라고 주저리주저리 엮어놓은 모습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상위법(上位法)에 명시되어 있거나 정부가 발행한 지침에 확정적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들을 굳이 규정에 담아둘 이유는 없다. 불필요한 것은 내다버리는 것이 옳다.

약속의 내용이 많지 않아야 지키기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