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 생활고 시달린 부모에게 잇따라 살해당해
발달장애 자녀, 생활고 시달린 부모에게 잇따라 살해당해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2.03.0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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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던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지난 3일 살인 혐의로 40대 여성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자신의 집에서 발달장애인 아들 B(7) 군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7시경 A씨의 오빠로부터 "A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집으로 출동해 확인한 결과 숨진 B군 옆에서 자해한 채 발견돼 긴급 체포했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모인 A씨는 특별한 직업없이 주택 반지하 방에서 기초생활수급비와 주거급여 등 월 161만여 원으로 생활해왔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같은 날 시흥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흥경찰서는 3일 살인 혐의로 C(54·여) 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C씨는 지난 2일 오전 3시경 시흥시 신천동 집에서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 D씨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딸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후 3일 오전 8시경 " 딸을 죽였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C씨는 이 과정에서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말기 갑상선암 투병 중인 C씨는 남편과 이혼 후 D양과 단둘이 살아오면서 기초생활수급비와 딸의 장애인수당으로 생활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 안에서는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C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고인을 애도하는 성명서를 내고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부모연대는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구성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우리 사회 복지체계의 문제 때문.”이라며 “더이상 가족에 대한 지원의 무게로 인해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서비스 내 부양의무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를 이유로 추가로 지출되는 금액은 발달장애인이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 비해 매달 평균 30만원~50만원으로 지출이 많고, 실업률도 높고, 일을 한다고 해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소득 또한 가장 낮다. 특히 발달장애인 중 80%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며, 41%는 일상생활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함에도 그 지원은 대부분 가족에게 전가돼 왔다.

부모연대는 “어느 누구도 죽임을 당해도 되는 존재는 없다. 어느 누구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다.”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를 조장하고 있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강력히 촉구한다. 더 이상 죽음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