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활동가 피와 눈물의 산물"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활동가 피와 눈물의 산물"
  •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 승인 2019.07.03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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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대로 된 폐지를 위한 또 다른 투쟁의 시작
장애인 개별적 상황과 조건을 제한하는 어떤 기준도 우리는 거부

한 분의 장애여성이 전화 왔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된 것이 맞냐고.

사회보장 지원 심사를 받게 되었는데 자기장애는 더 불편해졌건만 지원 시간은 더 떨어질 것 같아 걱정되신다고 한숨 소리로 전화를 끊으신다.

나는 몸이 안 좋아 이 투쟁자리에 못 나가서 종일 우울 했었다. 이 자리에 나도 나가 분노로 투쟁해야 했는데...

우리가 처음 장애등급제 폐지를 말했을때 모두들 어이없어 했다.
많은 장애인단체들과 보건복지부는 30년 가까이 해오던 것을 어떻게 폐지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등급제로 장애인 정책이 구성돼 있는데 어떻게 다르게 구성하냐고, 상상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우리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우린 그러한 시선에 익숙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할때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할때도, 장애인활동지원 제도화를 해야 한다고 할 때도,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할때도 같은 시선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했다. 무모하리만큼, 어리석을 만큼 묵묵히 그냥 우리는 했다. 그들은 우리를 막무가내부리는 무식함으로, 때쓰는 억지를 부리는 무리배로 불렀지만 그냥 했다.

우리는 잃을 것이 없었고, 돌아갈 수 있는 길도 없었고, 다른 선택도 없었고, 이런 것 말고는 견고한 벽을 뚫을 수 없었다. 그들의 기준선을 넘을 수 없었다. 우리들의 목소리를 허공에 있었고, 우리의 경험은 죽음 뿐이었다. 그래서 우린 묵묵히 했다.

우리는 계획도 없었다. 
계획을 세울 기회조차 없는 우리였다. 우리는 계획을 세워봤자 가난한 계획은 무너짐의 상처였다. 계획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공감 되었것 처럼...

그러나 우리는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우리가 해야 한다고, 이것이 옳다고 판단이 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믿으며 나섰다.

우리는 법인이라는 제도적 조직을 만들 수 있을만한 자원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는 가진 것 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이 사회에서 배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에 제도 기준의 법인 조직이 될 수도 없었다.

우리 조직의 기준은 '우리의 가난'이었고, '중증장애의 몸'이었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였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더 확실하게 요구하기 위한 투쟁으로 광화문역 지하에서 시작한 5년 간의 농성은 전국 장애인활동가들의 눈물과 땀, 수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을 견디어 냈고, 여름에는 끈적이는 땀과 모기와 소음으로 농성장을 5년 동안 지켜 왔다. 활동가들에게 눈물의 세월이었다. 그런데 지금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자리에 비법인단체 인 우리들을 무시하겠다고 한다.

박능후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와서 장애등급제 폐지하겠다고 직접 우리와 약속하지 않았던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지금 우리를 배제시키시겠다는 뜻인가. 문재인 대통령 정권 국민명령 1호 약속이 되도록 우리가 처절하게 투쟁해서 만든 것을 이제와서 개떡을 만드려는 것인가.

광화문 농성 첫날,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완전한 장애등급제 폐지였다.

한 장애인이 등급제 때문에 사전에 사회보장 기준에서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기준이 되어 사회보장 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반영 되지 않은 가짜 폐지를 해놓고 장애등급제 폐지됐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정부의 기만에 화가 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복잡한 마음이다

그러나 이만큼 왔다.

등급제를 흔들었다. 우리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견고한 성벽을 허물었다.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성을 쌓아야 한다. 이 성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현장을 지켜내야 한다. 많은 기준들이 우리의 투쟁이 될 것이다.

거듭 되는 투쟁의 시작이다.
더 힘들것 같다. 장애등급제 폐지 되었는데 왜 또 투쟁하느냐고 할텐데 이것을 이해시키며 투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 이것이 가장 큰 투쟁일테지만 포기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폐지를 위한 투쟁의 시작이다. 우리의 요구는 단 하나다.
장애인 개별적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지원이다. 이것을 제한하는 어떤 기준도 우리는 거부 한다.

또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