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칼이요, 일은 땀이다.
돈은 칼이요, 일은 땀이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4.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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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직원들과의 미팅이 있을 때마다 당부한 말이다.
몇몇 단체의 회장이 된 뒤에는 기관장인 회원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 말이다.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사업수행의 진정성이 우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가슴에 품게 된 계기가 있다.

초짜 관장시절, 재정의 부족은 큰 짐이었다. 당시는 재정지원이 형편없어서 직원의 월급날이 다가오면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보너스가 있는 달에는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사회복지는 뒷전이었고,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야 했다. 부끄러운 과정이 일정기간 이어졌다. 그 때의 살 떨리는 경험이 ‘돈과 일의 무서움’을 아울러 깨닫게 했다.

어느 경우에도 ‘돈은 칼’이다. 잘만 다루면 만사를 부드럽게 하지만 잘못 다루면 일도 사람도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관점을 달리한 이후에는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기관운영의 제일원칙으로 삼았다. 재정운용의 전권은 부장에게 주었다. 책임은 내가 지고, 큰 틀에서 관리만 했다. 관장실에 있는 사무기기도 내가 샀다. 기관카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지방정부의 감사는 물론 여러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은 기억이 없다. 정직한 직원들 덕분이다. 기관운영에 있어서 돈은 혈액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잘만 다루면 일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지만, 허투루 다루면 일도 망치고 인생도 병들게 한다.

일을 땀이 한다는 말은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사회복지사업의 진정성은 전문성보다 중요한 때가 많다. 물론 전문성이 빠지면 안 되겠지만, 사회복지사업에는 성실과 땀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은 땀이 한다’고 말한 것이다.

간혹 일을 요령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 또는 다른 기관이나 직원의 수고에 어물쩍 묻어가려는 경우도 있다. 효율적일 지는 모르겠으나 진정성은 땅바닥이다. 일의 방향과 방식을 알아내는 것도 실제로는 땀이 한다. 쓸데없는 수고를 줄이는 것도 땀이다. 사회복지사업은 근본적으로 땀이 한다. 땀이 없으면 성과의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

꼰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은퇴한 공직자를 만났다. 그는 젊은 시절 관행적으로 부정한 돈이 오가는 부서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공직자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른 부서로 옮겼다고 했다. 얼마 후 부정한 돈에 연루된 사람들은 줄줄이 엮여서 공직을 떠났고, 자신은 비인기부서지만 성실하게 일해서 정년을 맞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래전의 아픔과 그 이후로 가슴에 새겨둔 원칙이 생각났다. 돈과 일은 조금만 삐끗해도 부끄러운 흔적을 남기게 된다.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돈과 일은 두려운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 돈은 칼이요, 일은 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