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소중함
목소리의 소중함
  •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 승인 2019.07.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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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전화를 걸었다.

이번 일요일에 모임이 있어 참석여부 확인 전화를 했다. 점심 식사 준비를 위해서 인원 파악이 필요해서다.

이렇게 한 것도 벌써 석달이 되었다.
모임에서 회원들 각자 여러 역할을 맡았다. 나는 회원들에게 전화 거는 역할을 자청했다.

@박김영희
@박김영희

작년 10월 나는 갑자기 기도가 막혀 죽음의 문턱을 경험 했다. 의사는 갑자기 기도가 막힐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기도절개를 권했다. 그러면 말은 할 수 없을 것을 각오하라고 했다. 심각한 결정을 해야 했다.

다른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호흡기를 사용하며 산소치료와 폐기능 훈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도절개 안하고 살고 있다. 병원에서는 절대 감기에 걸려서는 안 되고, 가래가 생긴것 같으면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지금 내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새롭다. 그래서 모임에서 연락 책임을 자청 했다. 말을 하게 되었으니, 잘 써야 한다. 그래서 전화로 발언 할 수 있을때 감사하며 한다. 
교육을 하면서 내가 말로 전달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한다. 가능하면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은 말을 하려고 한다. 
말이란 입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지식에서 나오니 자신을 훈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임의 회원 중 연세드신 장애여성 언니들이 많다. 모임 카톡방에서 많은 소통을 하지만, 몇 분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카톡을 못 하신다. 그분들께는 따로 전화 드려서 모임의 여러 상황을 설명 드린다. 언니들은 특별히 애정하시는 모임 소식을 알려줘서 고마워 하시고 그리고 당신 의견을 말씀 하시면 나는 그것을 다른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매달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어느 언니의 삶을 몰랐었는데 긴 통화로 알게 되고 가까워 진다.  과거 척박한 장애인 현실에서 장애여성으로 어떻게 살아 오셨는지를 알게 된다

현재, 노인 장애여성 현실은 바로 나의 가까운 내일이라서 암담하다.
그러면서 내가 아직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언니들과 대화 하기 위해서 였을까, 이것이 나의 삶에 또 하나의 역할은 아닌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매달 통화하면서 내가 성장 되어감을 느낀다. 그리고 모임에서 언니들이 장애여성으로서 자기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나눔 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좁은 나의 시야에 반성이 많아진다.

이런 언니들의 경험 나눔을 서기로서 정리하는 역할을 나는 하면서 예전의 나를 돌아 본다.

95년 처음 장애여성운동을 시작 했을 때, 나는 가장 중증 장애여성이였고 가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외출이 어려웠던 장애여성 회원들에게 전화 거는 것이었다. 
처음은 낯설지만 몇 차례 통화 하면 생활 상황도 알게 되고 마음도 어려움도 알게 되면서 친해진다.

그래서 내가 회원 담당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전화의 신비였다
이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요즘,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운동의 기본은 사람이고, 사람의 말에 집중해야 하고 그 말들 안에서 역사가 나온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마음으로 통화 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팔십이 넘으신 장애여성 언니가 방안에서 살아 온 자신이 방안에서 생을 마감하시는 억울함을 긴 시간 말씀 하셨으면서도 못다하신 말슴을 나에게 미안해 하시며 접으신다.

아직은 내가 말 할 수 있으니 아직은 내가 글을 쓰고 정리 할 수 있으니 감사하게 사용해야겠다. 
이런 것을 아낌없이 쓰는 것이 나의 운동이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