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강의’는 이제 그만…!
‘뜬구름 잡는 강의’는 이제 그만…!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5.1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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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월평종합사회복지관에 있을 때, 13년 동안 ‘마을복지대학’을 운영했다.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주민들이 대상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첫해부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해마다 주제와 강사를 달리해서 운영했다.

초기에는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강의가 이루어졌다. 교수님들의 사려 깊은 강의가 주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듣지 못했던 외국의 사례까지 배우면서 유능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간혹은 주민센터의 직원들까지 달려와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몇몇 분들은 소문을 듣고 왔다면서 다짜고짜 청강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차가 지속될수록 조금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부터는 교수님들과 현장전문가들을 함께 모셨다. 반응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현장전문가들의 강의에 대한 선호도가 앞지르기 시작했다. 교수님들의 깊이 있는 강의와 현장전문가들의 사례중심 강의가 대비되면서 주민들의 반응이 현장을 경험한 분들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교수님들의 강점은 명확한 주제의식과 그 주제를 풀어내는 탁월한 논리다. 교수님들의 강의는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공감의 폭이 넓지 못했다. 하지만 현장전문가들은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열거하면서 주제를 풀어냈다. 성공한 일과 실패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래서 역동적이었다.

어느 해는 강사를 현장중심의 전문가들로만 채웠다. 반응은 그야말로 ‘엄지 척’이었다. 우선 강사들이 현장을 정확하게 꿰차고 있고, 지역사회가 품고 있는 과제들을 샅샅이 알고 있는 분들이어서 강의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의 폭이 넓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강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현장중심의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수강자들의 욕구에 맞는 내용으로 강의를 재미있게 끌고 간다. 주제에 대한 집중도를 놓치지 않으면서 어렵지 않은 용어, 편한 표정과 몸짓으로 정서적 공감까지 이끌어내는 강의에 대해서 지역주민들은 대만족이라는 평가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강의를 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많이 늘었다. 시설장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일반 사회복지사들도 다양한 형태의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를 하는 것은 좋은데 자기만족에 빠져서 뜬구름 잡는 소리만 요란한 경우를 간혹 본다. 강의를 하려면 준비도 필요하고 기본적인 자질도 있어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의주제를 쉽게 풀어낼 만한 풍부한 이야기꺼리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강의란 듣는 사람의 궁금증을 재미있게 해소해야 한다. 꼭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더 재미있고 실감나게 풀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감이 없는 강의는 아무 쓸모가 없는 시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