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VS '지역사회'…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방법 놓고 '극한 대립'
'시설' VS '지역사회'…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방법 놓고 '극한 대립'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2.06.2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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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탈시설조례 통과를 앞두고 시설협회와 장애계간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서윤기 의원은 지난 5월 25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 13일 보건복지위를 찬성 5명, 반대 2명의 의견으로 수정안이 통과해 21일 오후 2시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러자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등이 공동주최하는 ‘탈시설조례 제정 촉구 집회’와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서울시설협회)가 주최한 ‘탈시설조례 제정 철회 요구 집회’가 10미터가량 거리를 두고 열리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시설협회
@서울시시설협회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은?... ‘시설’ vs ‘지역사회’ 대립

서울시설협회 측은 “서울시의회는 탈시설을 논의함에 있어 조례의 실질적 당사자인 거주시설 장애인과 가족의 의견을 배제했으며, 공청회 또한 복지부 위원의 의결로 진행조차 하지 않았다.”며 “특정 단체 편향적 의견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을 결정짓는 일방적인 조례 제정에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에 발의한 조례는 다양한 장애특성과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에는 비보호아동, 홀몸 고령장애인, 중복장애인 등을 위한 양육환경과 교육, 건강의료서비스와 재활치료, 정서적 관계 등의 삶의 질 보장과 안전한 돌봄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지역생활을 위한 지원으로 활동지원과 주거, 일자리로 한정한 대안의 조례로는 지역생활을 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고통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고스란히 겪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장연
@전장연

 

반면 서울장차연은 서울시와 서울시의원, 장애인당사자, 장애인부모, 시민단체, 거주시설, 학계 등으로 구성한 탈시설 민관협의체를 통해 ‘서울시탈시설조례’ 제정을 위해 협의해왔으며, 상임위를 통해 서울시설협회와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에서 우려하는 내용을 한번 더 수정 및 삭제해 현재 수정안이 가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탈시설은 일부 장애인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UN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일반논평 5에 명시된 권리로서, 시설 중심의 정책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인권적 용어.”라며 “장애인을 보호, 격리, 수용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고 변화이며, 이번 서울시탈시설조례는 중앙정부보다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탈시설 및 자립생활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도 성명을 통해 “지난 2016년 서울시청 앞에서 42일간 농성을 진행했고, 올해 5월에도 19명의 장애인부모가 삭발을 하며 ‘서울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등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는 우리의 자녀들을 시설로 보내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자녀를 포함한 3만4천 여 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잇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라며 “서울시의회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막는 거주시설 운영법인과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불충분하고 불안한 부모들의 일부가 주장하는 탈시설지원조례 반대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탈시설지원조례를 반드시 제정해 탈시설 하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과를 앞두고 있는 이번 조례는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장의 책무 △탈시설 기본계획·실행계획 수립 △장애인 탈시설 지원 사업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수정안에는 ‘탈시설 대상이 되는 장애인거주시설’에 그룹홈 등이 제외되고 장애유형별 거주시설과 중증장애인거주시설만을 대상으로 축소했으며,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에 대한 기본원칙’과 관련한 조항에서 ‘장애인은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한다. 단,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충분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될 경우, 서울특별시장·자치구청장이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한 원안의 단서 조항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