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
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6.2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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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마음의 상처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가 비롯된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나 기대했던 사람의 엉뚱한 반응은 감당하기 어려운 자상(刺傷)을 남긴다. 한두 번이면 꾹꾹 눌러 참거나 ‘그럴 수도 있겠지’라면서 넘길 수도 있지만, 같은 일이 동일한 사람에게서 반복되면 마음에 큰 병이 된다. 이 병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는 특성을 안고 있어서 불쑥불쑥 몸으로 튀어나오거나 정상적인 일처리를 어렵게 한다.

현직에 있을 때,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을 여러 번 만났다. 대개는 간부직원들이었는데, 책임자들도 가슴앓이로 엄청나게 고생하는 경우를 보았다.

비교적 호탕한 성격을 가진 한 사회복지사의 사례를 보자.
그는 자신의 일에 충실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통 큰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원만해서 나무랄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고, 항상 먼저 계산대로 달려가는 사람인데도 이 사람을 두고 조직 내에서 뒷소리가 나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겨냥한 소리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시설장이 불러서 가보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들먹이면서 조심하라는 당부를 듣게 되었다. 알고 보니, 늘 챙기고 아꼈던 사람이 배배꼬아서 일러바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결국은 그 조직을 떠났다.

나이 지긋한 관장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안타깝다. 어찌어찌해서 알게 된 사회복지사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복지관의 간부직원으로 데려왔다. 관장님의 마음은 그 사회복지사가 경제적으로도 곤란한 상황이고, 나이도 어디로 옮길 수 없는 나이여서 채용하면 성실하게 일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앞뒤를 가리지 않고 우선 채용부터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어서 관장이 데려왔다고 생각했는지 사사건건 튀었고, 심지어는 관장의 합당한 지시에도 ‘아니오’를 일삼기 시작했다. 몇 번을 타이르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말 같지 않은 항변이었다.

앞에 열거한 사례들은 조금 특이해서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아주 없다고 단언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소문들이 많다.

다행스럽게도 호탕한 성격의 사회복지사는 그 조직을 떠나서 다른 조직의 책임자가 되어 잘 지내고 있다. 나이 지긋한 관장님도 한동안 냉가슴을 앓았지만 요즘은 편하게 지낸다고 했다. 어떻게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대답으로 돌아온 것이 오늘의 글 제목이다. 똑 같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이제는 ‘잊고 지낸다’고 했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잊는다는 것이 조금 섬뜩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약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