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7.0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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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셨던 함석헌 선생님은 “생각하는 민족이라야 산다”는 말씀을 유언으로 남기셨다.

선생님은 우리 민족의 모든 불행이 생각하지 않고 사는 고질적인 병폐에 원인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남북간의 갈등도, 정치와 사회경제적인 분열도 모두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 때문에 악화된 일이라고 강조하셨다. 실제로 우리는 깊게 생각하는 것을 매우 고루(固陋)한 것으로 여긴다. 어떤 행동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인지-분별(판단)-선택-실행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는 즉흥적인 실행이나 즉각적인 실천을 선호한다. 생각은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본다.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꼼꼼한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행해버린 일들 때문에 벌어진 폐해가 산처럼 쌓여있다. 그런데도 깊게 생각하기를 싫어한다. 그 대가(代價)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명백한 사실들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생각하는 것을 꺼린다.

모든 대답이 구글이나 네이버에 담겨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독서율과 독서량의 급격한 하락은 우리 시대의 가벼움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좋은 책은 지난 세기의 위대한 정신과 만나는 알뜰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펼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와 목적에 대한 본질적인 천착을 기피한다.

심사숙고(深思熟考)의 자리에 너무 많은 이물질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덩어리는 탐욕이다. 케인즈나 스미스는 인간의 욕심이 경제활동의 근본동기가 된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비극적인 양상들이다. 지나친 욕심은 정상적인 생각의 회로를 틀어버리거나 차단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편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조롱한다.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의 삶엔 거짓과 위장이 있을 뿐이다. 모든 에너지와 관계 그리고 자원을 동원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는 사람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살 수는 없다. 매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의 과정은 곧 생각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석헌 선생님이 강조한 ‘생각’은 자신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생각이 아니다.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우는 생각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우는 생각과 삶이 결코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일종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뒤처짐도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삶의 자세가 다른 사람도 살리고 나도 살린다. 생각해 보면 답은 늘 자명하다. 생각의 창을 열면 오늘 당장에 실천에 나설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쳇바퀴를 돌리면서 살지 않으려면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