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의 부끄러운 선택
‘국민대’의 부끄러운 선택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8.2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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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사람이 살다보면 본의 아닌 선택을 할 때가 있다. 친구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갔다가 별로 내키지 않는 주문인데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경우다. 또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선의(善意)의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이를테면 아내가 차려온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지만 맛있다고 하는 경우다. 둘 다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고, 지극히 사적(私的)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굳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거짓말이나 일반대중이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 있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일이어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국민대의 기상천외한 발표가 있었다. 누가 보아도 표절과 부실이 명백한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서 ‘표절도 아니고 부실도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대는 무려 12개월 동안의 조사를 통해 ‘당사자가 제출한 세편의 논문 모두 연구 부정이 아니고, 다른 한 편의 논문은 자료가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희한한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대의 입장을 듣고 ‘그 대학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는 반응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학은 오래 전에 죽었다’는 탄식을 쏟아낸 분들이 많았다. 다수의 언론들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던 국민대의 선택은 한국 지성사에 오물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국민대의 결정을 두고 학교 안에서도 반발이 나오긴 했다. 국민대의 일부 교수는 ‘학교의 조사결과는 평균정서에 부합하지 않으며, 자괴감을 느낀다’고 통박했다. 국민대 동문들도 조사결과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국민대의 교수회가 자체적으로 검증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조회에 61.5%가 반대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314명이 참여한 찬반투표에서 193명이 반대했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검증하려던 계획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교수회는 ‘집단지성의 결과’라면서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지나가던 소가 듣고서 웃다가 나자빠질 헤프닝이다.

국민대의 발표나 교수회의 결정을 보면서 어떤 이는 ‘특권을 누리는 지위에 있는 자들이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하고,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특권적 행동을 당연시 여긴다’고 쏘아붙였다. 초등학생에게 물어보아도 대답이 뻔한 것을 두고, 대학 당국이나 교수들이 황당하다 못해 추접한 결론을 내린 비참한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은 우리 시대의 병리적 현상을 양산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권력에 빌붙어서 한 자리 해보려고 안달인 교수들도 여럿 보았다. 이런 판에 국민대의 선택은 대학과 교수들의 얼굴에 분탕질을 해대고 말았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역사의 짐으로 퇴락한 부끄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