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자폐 자녀 목숨 끊고 극단적 선택...장애인부모연대 "당장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위한 정책 수립해야"
대구서 자폐 자녀 목숨 끊고 극단적 선택...장애인부모연대 "당장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위한 정책 수립해야"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2.08.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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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9시 45분경 유천동 한 아파트에서 A(32) 씨가 3살 아들 B군을 살해한 뒤 아파트 아래로 뛰어내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투신 20여분 전 외출 중인 남편에게 전화해 “아이가 많이 다쳤다.”고 알리자 남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다발성 중증 외상 상태인 A씨와 심정지 상태인 B군을 발견하고 각기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이송 당시 A씨는 호흡과 맥박이 있었으나,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집안에서는 A씨가 ‘가족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MBC 보도에 따르면 A씨와 남편은 B군의 말이 느리다고 생각해 언어심리발달센터에서 치료를 받았고, 정확한 의료 진단을 권유받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이후 A씨는 범행 바로 몇 시간 전 병원에서 B군의 자폐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로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한 연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비극적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을 내고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부모연대는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내 이행 상황을 심의받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정부이행 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은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국가인데 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는가.”라고 반문하며 “같은 날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발달장애인 지원정책과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는 여전히 가족의 돌봄이 높은 체계여서 매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명확히 지적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적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이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어쩌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사회에 불필요한 존재’로 규정하고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하고 자신의 목숨을 끊게 함으로 ‘사회 정화’를 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얼마나 더 많은 부모나 가족이 사랑하는 발달장애인을 살해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고, 또 얼마나 많은 부모나 가족이 정부에 의해 살인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가.”라며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을 조장하는 ‘두 얼굴의 야누스’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금 당장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를 막기 위해 국회는 여야 정쟁을 떠나 조속히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켜 발달장애인 참사를 막기 위한 발달장애인지원 대책 수립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서울 성동구에서도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과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고, 인천에서도 60대 친모가 중증 장애가 있는 30대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