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겉도는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부모 심리적 허들 못 넘어
10년째 겉도는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부모 심리적 허들 못 넘어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2.10.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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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받는다고 다 장애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가 좀 크면서 장애라는 단어에 예민해지고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발달장애 정밀검사라는 용어부터 바꿨으면 좋겠어요."
- 심화평가 권고 아이의 부모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는 이 같은 심층면접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2010년부터 발달장애 정밀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상자 대비 지원율은 17.1%에 불과했고 예산은 41%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면접자들은 사업이 겉도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발달장애’, ‘정밀검사’ 같은 용어에 대한 거부감을 꼽았다. 윤석열 정부는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외면받는 정밀검사, 최근 5년 평균 지원율 14.5%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21년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 대상은 총 7만 7,654명이다. 그런데 이 중 1만 2,435명에게만 검사비 지원이 이뤄져 연평균 지원율은 16%에 그쳤다.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은 대상자 중 검사를 받은 인원이 더 줄어 지원율이 평균 14.5%까지 떨어졌다. 예산 집행률은 가장 높았던 해엔 70%대까지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8억 3,000만 원의 예산 중 41%인 3억 4,000만 원만 사용됐다.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대상은 영유아건강검진 발달평가에서 심화평가 권고 판정을 받은 영유아다. 지난해 기준 의료급여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은 최대 40만 원, 건강보험료 부과액 하위 50% 이하(직장가입자 11만 100원 이하, 지역가입자 10만 4,500원 이하)는 최대 20만 원이 지원된다.

 

10년 넘게 공회전 이유 알고 보니

심화평가 권고는 발달장애 진단이 아니라 또래보다 조금 느려 보여 전문가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혹 장애가 있다면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더욱 중요한데도 검사비 지원이 외면받는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용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지역별 정밀검사 기관 격차, 홍보 부족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아이의 부모 171명을 조사한 결과, 72.5%는 지원사업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상자 전원에게 안내문을 보내지만 "알고 있다"고 답한 이들도 건강보험의 안내로 알게 된 비중은 8.5%에 불과했다.

지역별 접근성도 격차가 컸다. 올해 6월 말 기준 발달장애 정밀검진이 가능한 검사기관은 246개인데, 무려 151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방에서는 정밀검사비를 지원받으려 해도 몇 달부터 길게는 1년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은 대상자 1,113명에 검사기관이 86개라 기관 1개당 13명 정도지만, 경북은 대상자가 725명인데 검사기관은 2개다. 1개 기관이 362명을 맡아야 한다.

무작정 지원보다 원인 파악이 먼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에는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 대상 확대와 영유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선별검사 추가 도입 검토가 포함돼 있다. 검사 대상과 항목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강선우 의원은 “현재 윤석열 정부의 사업추진 방식으로는 10년째 공회전 중이 해당사업 정상화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부터 나온다”라며, "해당 사업의 명칭을 '발달 정밀평가비 지원'으로 바꾸는 등 부모들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고, 지역별 검사기관 확대 등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