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10.20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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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세상을 살다보면 불가항력적인 일과 마주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프로야구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60이 넘은 나이에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 갑자기 나이를 한 20살쯤 덜어내겠다는 생각도 현실의 공간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망상일 뿐이다. 체력훈련을 하거나 젊게 살기 위한 나름의 방법들을 찾아낼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당초의 생각을 가능하게 할 수는 없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에 매달려서 힘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삶에 대한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간혹 책들을 읽다보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라’는 권고를 접한다. 좋은 말이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더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지금 불행해서 미치겠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든지,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불쾌지수만 드높인다. 어쩌다가 그런 조언에 크게 감명되어 불행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사람이 있겠으나 불행의 한 복판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이 맞게 된 불행을 갑자기 행복으로 바꿀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합한 대안을 찾아나서야 한다.

세상에는 분명히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 그것을 잊거나 억지로 부정하면 문제가 생긴다. 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본적인 모습이다.

감기는 아직도 인류의 숙제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1주일, 안 먹어도 1주일’이다. 현재의 의료수준으로도 특효약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완화효과를 낼 수는 있으나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또 성경에는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 할 수 있겠느냐’는 말씀이 있다. 부질없는 염려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라는 예수님의 따끔한 질책이자, 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함을 일깨우는 말씀이다.

물론,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일들에 대해 미리 겁을 먹어야 한다거나 지레 포기하자는 뜻은 아니다. 스스로를 믿는 자신감은 필요하다. 가능성의 영역을 키워서 상황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다. 다만 그것이 만용(蠻勇)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바위벽 앞에서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거기다가 머리를 냅다 들이받는다고 해서 바위벽이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세상은 가변적이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만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면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겠고,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면 차원을 달리해서 답을 찾아보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