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구나 방법을 찾기 전에..!
새로운 도구나 방법을 찾기 전에..!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11.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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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굳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도 많이 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 싸움의 과정을 소상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성경에 보면, 블레셋이라는 나라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한 판 전쟁을 하게 되었는데 블레셋의 장수인 골리앗의 기골이 장대함을 보고 이스라엘이 크게 두려워했다. 그러자 형들의 안부를 살피러 왔던 다윗이 자기가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나선다. 이를 가상히 여긴 이스라엘 왕이 자신의 투구와 갑옷을 다윗에게 입혔지만, 다윗은 ‘익숙하지 않아서 입지 못하겠다’고 한 후 투구와 갑옷도 없이 ‘손에 막대기와 돌 다섯 개와 물매’를 가지고 골리앗과 맞섰다는 것이다.

싸움의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대로다. 다윗의 물맷돌 일격에 이마를 맞은 골리앗은 나가떨어졌고, 골리앗이 쓰러지자 블레셋 군대는 혼비백산해서 도망 가버렸다(사무엘상 17장). 골리앗과 블레셋 군대를 물리친 다윗은 그 이후로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는 길을 걷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못했다.

당시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사울은 다윗에게 ‘군대의 장’이라는 칭호를 부여하지만 다윗이 여러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하고 백성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게 되자 다윗을 두려워하게 된다. 심지어는 다윗을 죽이려고까지 했으나 성공에 이르지는 못한다. 훗날,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위에 오른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다윗이 승전 이후 이스라엘 백성의 지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아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러가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보여준 특이점이다.

다윗의 허름한 복장을 본 사울 왕이 자신의 갑옷과 투구를 주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입지 않겠다’고 했다. 다윗은 몸에 맞지 않은 갑옷보다 익숙한 자기 옷을 택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익숙한 것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잘 활용하면 놀라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익숙한 것을 팽개치고 새것에만 정신이 팔리면 ‘죽도 밥도 아닌 처지’에 놓일 공산이 크다. 익숙한 것이 혁신의 동력이 될 때가 많다.

다윗이 들고 나간 돌과 물매는 들판에서 자신의 양들을 지키는 무기였다. 성경에 보면 그걸로 사자와 곰까지도 상대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다윗의 당찬 마음을 그리 표현했을 것이다. 다윗은 그 마음으로 온갖 경험이 묻어 있는 물매와 돌을 들고 골리앗과 맞붙었다.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도구를 무기로 삼았다.

그런데 우리는 문제를 만나면 참고자료와 선례들을 불나게 찾는다. 나쁘지 않은 자세다. 그러나 자신이 잘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혁신은 무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다. 기왕에 잘하는 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