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이 필요한 시대다
‘토닥토닥’이 필요한 시대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12.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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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오래 전 이야기다.

‘나는 혼자다’는 푸념을 입에 달고 사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갖출 것은 어느 정도 갖추고 사는 사람이다. 작은 기관이지만 책임자로 일하고, 그의 아내도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급여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객관적으로 추론해 볼 때 적지 않은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자녀들도 잘 자라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만날 때마다 ‘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느냐’면서 자신이 불행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혼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면 눈물까지 보이면서 자신을 형편없다고 깎아내렸다.

그 친구의 상태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전문가의 의견은 ‘애정결핍증’일 확률이 높다면서 급하게 전문적인 상담이나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염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 친구를 만나는 빈도가 잦은 편이 아니어서 어찌할까를 고민하다가 다소 먼 거리지만 그 친구를 찾아갔다. 느닷없이 찾아온 전후사정을 이야기한 후에 전문가를 만나서 도움을 받는 것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그 친구의 반응이 남달랐다. 화를 내고 언짢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색을 하면서 그리하겠다고 답했다.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 한 동안 그 친구로부터 지겨울 정도로 빈번한 전화통화에 시달렸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걸려왔고, 통화는 길었다. 통화의 내용은 자신을 담당하고 있는 여의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가족사와 직장에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내가 끼어 들 사이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둑 터진 저수지처럼 쏟아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의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기에 열심히 들어주기는 했지만 중노동처럼 고단한 일이었다. 다행히 그의 가족이 치료과정에 적극 참여해서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아내의 협력이 결정적이었다는 후일담도 들었다.

‘우군(友軍) 없는 시대’라는 말이 있다. 벗이 없는 시대라는 말이고, 자신을 챙겨 주는 사람이 없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관계들도 많이 탁해졌다. 애정결핍의 시대인 것이다. 가정도 직장도 사회도 애정결핍의 증상들로 차고 넘친다. 애정결핍은 사랑에 목마른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어릴 때의 경험이건 상장과정에서 느낀 불행한 경험이건 간에 결국은 애정을 찾아 헤매는 것으로 표출된다. 절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집착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런 양상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진심이 담긴 인정의 표시와 적절한 애정표현이 약보다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토닥토닥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