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은 다 천재(天才)다
소설가들은 다 천재(天才)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3.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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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라는 소설을 읽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겪는 여러 상황들을 드라마처럼 엮어놓은 작품이다.

자신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믿는 ‘철이’가 바깥 세상에 나갔다가 다른 로봇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이후로 다양한 사건들이 전개된다. 미래와 기술, 삶과 죽음이 다양하게 얽히면서 마치 소설이 현실로 둔갑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철이의 굴곡 많은 삶의 여정은 산책 길에 만난 곰의 습격으로 몸이 망가지면서 결말을 맞는다. 긴급구조 버튼이 있었지만 누르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철이의 의식이 정지되면서 소설도 끝난다.

이 소설은 사전지식도 없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어서 조금 당황했다. 작가의 노련한 기법이 동원된 공상과학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원래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은 다소 냉소적인 내용들이 많았다는데, 이 공상과학 이야기 안에는 굉장히 따스한 온기가 담겨 있는 것도 특이했다. 어슴푸레 알고 있었던 작가가 궁금해졌다. 간혹 TV에 나와서 시니컬한 어투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작가의 진면목을 알고 싶었다. 그의 다른 소설을 읽는 것보다는 다양한 생각이 담긴 에세이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보다 읽다 말하다’를 한데 묶은 ‘다다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은 시점부터 탄성이 튀어나왔다. 읽어 갈수록 작가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 솟기까지 했다. 그의 방대한 독서량과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이 페이지마다 담겨 있었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철학도 발견했다. 독서나 글쓰기에 관한 다소 엉뚱한 조언, 우리가 바른 길이라고 여겨왔던 것들을 비틀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해학, 반어(反語)로 엮어놓은 여러 경험담과 신변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지루하지 않게 풀어져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첫 번째 든 생각은 ‘김영하 작가는 천재’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다른 소설가들도 그러리라는 깨달음이 뒤를 이었다.

소설가들은 한 마디로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면 어떻게 이야기의 맥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이끌어 가는지, 어떻게 여러 사건이나 관계들이 하나의 결말을 향하게 하는지, 어쩌면 그렇게도 곳곳에 복선을 깔아두고 한참 후에 반전이나 인과성을 꼼꼼하게 이끌어내는지 신통할 따름이다.

근래에 김영하 작가의 작품 말고도 다른 작가의 작품도 읽었다. 모두 감동이었고, 오랫동안 머리를 맴도는 여운이 남았다. 이야기를 잘 만들기 위해 그들이 들였을 수고와 노력과 땀과 아픔을 짐작해 본다. 앞으로 장편소설을 읽게 되면 큰 절을 한 번이라도 올리고 읽어야 바른 예의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