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위' 전장연 박경석 대표 석방
'지하철 시위' 전장연 박경석 대표 석방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3.03.20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체포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대표가 18일 오후 석방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8시13분 박 대표를 조사한 뒤 석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창청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박 대표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그간 경찰은 18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해왔으나 박 대표는 “서울 시내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약속하면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박 대표가 경찰서에 들어가 조사를 받는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박 대표의 체포영장 집행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찰은 “조사는 마쳤고, 향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며 박 대표를 풀어줬다.

긴급 체포나 체포 영장에 의해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는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1월20일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총 38차례 집회나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며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 15일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다음은 박 대표가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이다.

 

“급하게 이렇게 입장 발표하는 자리에 우리 동지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외롭지 않게 잘 들어가서 조사 받고 오겠습니다.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 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닙니다. 단지 불법적인 사회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해온 사회, 장애인 등 편의시설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집시법, 철도법 등 법률로 저희를 처벌하려고 하지만, 저희는 헌법, 유엔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을 가지고 저들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누구도 차별받지 아니한다.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그 법은 왜 지키지 않냐고 묻고 오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투쟁해 온 역사가 있어서 매우 기쁘고 힘이 됩니다. 끝까지 가겠습니다.

한달 전에 남대문 경찰서에 출두하라고 했습니다. 이 집회가 끝나면 바로 집행을 요청 드립니다. 지체 없이 이 기자회견 끝나면 체포 영장을 보여주시고 집행해줄 것을 촉구 드립니다. 2021년 7월 27일 미신고 집회에 관한 건입니다. 이들이 범죄 사실이 명시한 사항은 38건입니다. 38건에 마지막은 삼각지역에서 오이도역 추락 참사 22주기를 진행한 날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정차와 그리고 무관용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를 지하철을 탑승하지 못했던 날입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기다리면서 지하철 선전전만 하고 있습니다. 오늘로 303일차 입니다. 기자 여러분, 시민 여러분, 저희를 더 이상 불법분자, 시민을 볼모로 잡아서 죄를 저지르는 자, 시민들 발목 잡는 사람으로만 이야기하지 말아주십시오.

오세훈 시장님, 저희는 서울시에 적군이 아닙니다. 저희를 표적수사하며 협박하지 말아주십시오. 집권 여당, 기획재정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님! 저희를 불법분자로만 몰지 마시고, 22년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봐주십시오. 대한민국이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지독한 차별을 가해왔는지 봐주십시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비장애인들을 배려로만 조금씩 던져져야 하는 하찮은 것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김광호 경찰청장님, 저희 흉악범 아닙니다. 지구 끝까지 도망 갈 수도 없습니다. 도망갈 수단도 없습니다. 장애인이 얼마나 차별 받는지, 국가가 지켜야 할 편의 시설도 지켜지지 않는데 도망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도망갈 생각 없습니다. 잘 조사 받고 나오겠습니다. 체포 영장임에도 많은 지지를 해주신 동지들 고맙습니다.

조사하면 구속영장 청구할 지 말지 고민 하실 거고, 그래도 저희들은 당당하게 싸우겠습니다. 전장연은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 차별에 저항하며 중증 장애인, 장애인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겠습니다! 같이 한번 구호 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