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이유와 자세
일하는 이유와 자세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5.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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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문트 말릭이 쓴 ‘경영의 본질’이라는 책을 보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감명 깊은 내용이 많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도 적지 않았다.

책의 내용은 주로 효과적인 경영을 위해 갖추어야 할 리더의 기본적인 자세들을 열거했다. ‘행복을 위한 경영은 없다’는 도발적인 언급과 ‘새로운 길보다는 옳은 길을 선택하라’는 충고는 새겨둘만한 지적이었다. 또 ‘즐겁지 않더라도 일은 해야 한다’거나 ‘통제는 자율의 반대말이 아니다’는 등의 보수적인 논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대변혁의 시대에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별할 줄 알라는 조언이 담겨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다른 책에서도 읽었던 내용인데, 대규모 성당을 짓는 어려운 공사장에서 일하는 벽돌공에 관한 이야기다. 요약하면 이렇다. 벽돌공들에게 왜 일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세 부류로 나뉘어졌다. 한 부류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한다’고 했고, 다른 부류는 ‘벽돌 쌓는 기술자이기 때문에 일한다’고 했다. 저자가 주목한 사람들은 앞서 말한 두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나는 성당을 짓기 위해서 일한다’고 답한 사람들이다. 벽돌을 쌓는 행위와 시간은 모두 같지만, 일하는 자세와 태도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대답이다. 일하는 자세를 진중하게 점검해 보아야 할 이야기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이다. 이 세상에서 먹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느냐고 강변하는 사람들도 많다. 옳은 이야기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어깨에는 고단한 삶의 짐이 먼저 올라가 있을 게 뻔하다. 또 기술자이기 때문에 일한다고 하는 것도 틀린 대답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자신의 전문성만을 내세우다가 전체공사의 지연이나 불협화음을 자초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악기분야만 중요하다고 소리를 높게 잡으면 전체 연주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벽돌을 쌓아가면서 아름다운 성당을 지어 올린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에게도 벽돌을 쌓는 노동의 환경과 강도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쌓아올린 벽돌은 단순히 품삯의 조건이 아니라 대성당 안에 정성과 보람을 채우는 과정이고, 역사를 세워가는 일임이 분명하다.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되면 일반적인 동기유발과는 다른 차원의 안정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고 프레드문트 말릭은 강조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간,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성공적인 한 주간도 좋지만, 올바른 일을 하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