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분발을 촉구한다
다시 분발을 촉구한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6.0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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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교회들의 연합기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격렬한 원성’을 들었다. 교회들이 힘을 모아서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을 효과적으로 감당하자고 만든 기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태도나 자세가 영 돼먹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교회들의 연합체는 다양하다. 교단차원의 조직도 있고, 교단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도 있다. 비판의 대상은 교단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의 성원들이다. 교회들의 연합과 화합을 위해서 정신없이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에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다거나 특정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연합정신의 바탕까지 흔들어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연합체라도 완전한 일체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다르고 배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에 대한 인식의 틀도 다르고 해법의 내용도 다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한국교회의 교단들은 보수와 진보가 특이한 양태로 뒤엉켜 있어서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합기구 직원들의 의사결정과정은 양보와 조정에 의한 합의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자신의 배경이 되는 교단의 의견만 고집하고 다른 의견은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형편이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만하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한국교회 연합체의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국가적 현안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무게감이 있는 의견들을 낸 적이 많다. 사회적으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이슈에 대해서도 꽤 합당한 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도무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정치가 방향을 잃고 길바닥을 헤매고 있는데도, 경제적 약자들의 열악함이 탄식과 좌절로 변하고 있어도, 사회적으로 양분된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교회연합체들은 그저 조용하다. 인사치레로 모기소리 같이 앵앵거리다가 은근슬쩍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도, 상황을 수습하는 능력도, 대안의 제시 능력도 몽땅 내다버린 조직을 향해서 된소리를 지르더라도 별 영양가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독교연합사업의 일차적 방향설정은 그들의 몫이기에 다시 분발을 촉구한다.

사회분위기가 극우편향이라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는데, 그런 소리를 예수님이 들으면 뭐라고 하실까. 게으른 입에서는 핑계들만 쏟아질 뿐이다. 절벽 끝에 매달려 달랑거리는 연합조직을 살려내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감당해주기를 재촉한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지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그걸 놓아버리면 더 물을 것도 없이 사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