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란, 정태수 열사 추모 연극 ‘난, 태수야!’ 무대 오른다
최옥란, 정태수 열사 추모 연극 ‘난, 태수야!’ 무대 오른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3.06.1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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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부터 9일까지 성북마을극장에서 진행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최옥란’, ‘정태수’

‘창작공동체 무적의무지개’가 2022년에 이어 열사 추모 연극 ‘난, 태수야’를 재공연한다.

지난 2002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최옥란, 정태수 두 장애해방열사의 삶과 정신을 재조명하고, 그들을 기억하고자 기획된 추모 연극 ‘난, 태수야’는 지난해 4월 8~10일 공연을 찾은 관객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으며, 이 사회에 차별이라는 폭력에 항거하며 투쟁하는 많은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은 바 있다.

이후 여러 단체에서 재공연 요청이 있었으나, 예산과 공간의 한계로 쉽사리 추진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성북마을극장 등의 후원과 스텝, 배우 등이 뜻을 모아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

옥란이를 아느냐고요?

흔히 최옥란을 ‘장애해방열사’, 또는 양육권 투쟁을 하던 ‘어머니’, 빈곤에 맞선 ‘투사’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애해방열사’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한 여자’가 보인다.

열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 끝까지 발버둥쳤던 ‘여자’. 장애인에게, 여성에게, 가난한 사람에게 모질었던 시대를 온몸으로 돌파하려던 ‘불꽃 같은 여자’의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

탁월한 조직가였던 정태수는 다른 인물들과 함께 다룰수록 빛이 난다. 넉살 좋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던 그의 활동이 더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그 시대, 장애 여성이라는 소수성을 지녔던 최옥란의 삶은 외롭고 고독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나의 시각으로 두 삶을 뭉뚱그려 표현하기보다 각각의 삶에 독립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정태수, 최옥란,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을 만나는 옴니버스 시대극으로 진행한다. 성실한 활동가 정태수의 삶과 함께 다뤄지면서 최옥란에 삶의 불꽃은 더욱 선명하게 전해졌다. 이와 같은 시도는 지난해 4월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큰 지지와 열광적인 반응을 받은 바 있다.

가까이서 보면 독립적인 두 작품이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작품

정태수, 최옥란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난 동료이다. 당연히 같은 시기 장애인 운동 활동가로서 두 사람 삶의 장면이 겹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정태수가 주인공인 작품에 최옥란이, 최옥란이 주인공인 작품에 정태수가 출연한다.

두 사람을 비롯해 그들의 동료들,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헤쳐나갔는지. 그리고 그 삶들이 지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작품에 담았다.

이 연극의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제작자 진준엽은 “우리가 계획한 공연은 ‘시대상’을 다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초의 정권 교체, 처음 시행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수급자들이 겪는 모순, 오이도 참사와 장애인이동권 투쟁, 비참한 죽음에 아랑곳없이 흥성흥성 진행되는 월드컵 축제 등의 우리 사회 시대상과 장애인운동 역사의 증인인 두 열사 이야기를 담은 이 공연을 매년 올려 그 의미를 기억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7월 5일부터 9일까지 성북마을극장에서 진행된다.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총 5회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