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정부 1년과 사회복지
윤석렬 정부 1년과 사회복지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6.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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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는 출구조사마저 엇갈릴 정도로 박빙의 선거였다. 득표차도 0.73%에 불과했다.

당시 윤석렬 후보는 어렵게 선거를 이기고 난 다음에 ‘대통령 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 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날이 2022년 5월10일이니, 이제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다. 그간 많은 것이 큰 폭으로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새 정부 1년에 대한 토론과 평가가 요란할 텐데, 의외로 조용하게 지나가 버렸다. 자기들끼리만 들떠서 몇 가지 자화자찬 이벤트를 진행한 것 같기는 한데, 진득한 성찰은 없었다.

대통령이 바뀌고 1년이 지났으면 정부정책의 잘잘못을 구분해서 향후 동력이 될 만한 모멘텀을 만드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고, 빈말잔치만 요란했다. 정작 필요한 말은 없다. 특이한 것은 사회복지 쪽의 침묵이다. 도무지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들이 뒤집어지는데도 눈만 껌뻑거리고 있다. 그 때 현장과의 교감 없는 정책들을 빡세게 추진하던 이들의 행방이 궁금할 정도다. 다들 꿀을 너무 많이 드신 탓인지 조용하다. 정부에게 멱살이 잡혀 있는 영역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태를 몇 사람이 모여서 푸념 몇 마디를 나눈 것으로 퉁칠 일은 아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평가는 뜻밖의 단체에서 나왔다. 지난달 말에 있었던 ‘사회보장전략회의’ 후에 발표된 내용을 한국노총이 성명서로 반박한 것이다. 총론적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정확한 분석이 담겼다.

성명의 내용은 ‘퇴행’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사실 정부가 내놓은 복지정책을 살펴보면 ‘정부는 빠지고, 돈은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세대 간 공정’이라는 개념도 복지축소를 위한 말장난이고,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것도 뜯어보면 복지대상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더구나 서비스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복지현장에도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려는 속내가 짙게 배어있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보편과 확대’의 기조를 ‘선별과 축소’로 뒤집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정부의 복지정책이라는 것이 맨땅을 갈아엎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바꿀 것은 바꾸더라도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장난을 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의 경제역량은 세계10위권이라고 한다. 그런데 복지재정의 지출총량은 OECD 국가들 중에서 34위라는 보고서가 있다. 이런 마당에 복지재정의 축소와 서비스 대상자의 선별이 복지정책의 핵심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몇 번의 참사에서 정부와 대통령이 보여 준 전대미문의 무신경과 무책임이 복지정책에도 나타나고 있어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