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강화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방송사는 사과하라!
자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강화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방송사는 사과하라!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3.06.21 0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인한 범죄 사건을 다루며, 살인 혐의가 있는 정유정의 성향에 대하여 보도하였다. 방영 직후 여러 언론 매체에서는 이번 사건을 다시금 다루며‘정유정-자폐’라는 연결 단어가 도배되다시피 하였다. 언론은 앞다투어 ‘자폐적 성향이라 명명된’ 정유정의 일면만 보도하기에 바빴다.

방송에서 이00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단지 친구들만의 진술과 ‘슬리퍼만 신고 있다, 독특한 말투와 걸음걸이’ 따위의 묘사만으로 자폐적인 성향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임00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단편적인 묘사에 대한 진단만으로 정유정이 고기능성 자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애는 개인의 반사회적 범죄를 규명하는 도구가 아니다.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모습들에 대한 묘사만으로 평생에 걸쳐 나타나는 장애를 진단할 수도 없다. 더욱이 범죄자의 동기를 자폐와 연관 짓는 언론 보도의 양태는 장애를 낙인화하는 전형적인 구태다. 숱한 연구들과 전문가들의 견해에서는, 자폐 장애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동일시하는 것에 반대하며 해로울 수도 있음을 지적해왔다. 자폐 장애인들이 의사소통과 감각처리 과정에서 보이는 어려움들을 거론하는 것은 정유정의 살해 혐의에 대해 진단과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다. 자극적인 요소만을 찾는 방송사에게‘장애’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주요 요소일 수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걸쳐 호명되는 자신의 정체성이다. 자폐 장애인들은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묵살당한 채 사회적 상호작용의 ‘항상적인 결핍’에 대해서만 조명받아왔다. 이제 ‘반사회적 범죄자, 흉악 범죄자’라는 낙인까지 더해져 살아가라는 말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차별적이고 무성의한 보도 이후 너도 나도 앞다투어 검증되지 않은 정유정의 자폐 성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장애에 대한 감수성은 전혀 없고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려는 전혀하지 않는 베껴쓰기 언론의 전형적 모습에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언급했다.  

▶김승섭(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언급된 기사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범죄자와 직접 만나 진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몇몇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진단명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논하는 일이 부정확하고 경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인간이 어떤 정신적 상태를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언론을 통해 말하는 과정은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와 자폐 증상을 연결지어, 자폐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낙인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자폐증을 가진 이들은 범죄의 가해자이기보다는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폐 성향을 가진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폭력적이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자폐증을 가진 이들은 숱한 오해와 낙인속에서 살아가며 삶 전반에서 차별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기사는 잘못된 인식을 재생산하며 차별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금 언론인의 윤리에 대해 묻는다. 장애를 낙인화하는 프로파일링이 이 범죄를 이해하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가? 방송의 목적이‘범죄자가 되기 쉬운 자폐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무차별적으로 유포시킨 장애 낙인에 대하여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의거,‘그것이 알고싶다’는 자폐 장애인을 비롯한 발달장애인들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였다.

SBS의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 보도를 요구한다.

2023년 6월 2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본 성명서/논평은 웰페어이슈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성명서/논평을 작성한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