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다는 ‘준비’를 믿자
‘능력’보다는 ‘준비’를 믿자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7.0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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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능력의 소유자가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그간의 업적을 날려버리는 경우를 본다.

특정한 영역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부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만한 능력에 꼼꼼한 준비가 곁들여졌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순간적인 방심이나 자만심이 일을 그르치게 한 것이다. 결국 되돌리기 어려운 후회와 상처만 남게 된다.

사회복지 현장에 있을 때도 부실한 준비 때문에 허둥댔던 기억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행사쯤이야 너끈하게 치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행사가 진행되고 나면 예견이 가능했던 일마저 놓쳤음을 발견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다양한 단체들이 가입한 연합체의 대표자가 준비 없이 인사말을 하고 다니다가 비아냥의 대상이 된 사례가 있다. 객관적으로만 보면 그도 출중한 능력자가 분명하다. 하지만 준비부족은 그의 학력과 이력을 한없이 초라하게 한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허점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근본적으로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정된 일의 모든 과정을 단계별로 샅샅이 살피지 않으면 놓치는 항목과 지점이 발생한다. 물론 준비부실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하지만, 그 대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까지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준비 없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대개 저돌적이라는 점이다. 일단 밀고 가면 준비부실도 희석될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부분적인 능력으로 만사를 재단하려고 설친다. 불협화음을 감내할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지도자라고 목에 핏대까지 세운다. 어쩌다가 들리는 박수소리를 성공의 지표라고 우긴다. 물론 저돌적인 추진력이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반응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성과는 한시적이거나 억지로 부풀려진 성과인 경우가 태반이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본색이 드러나서 빛을 잃고 만다. 급기야는 조직이나 구성원에게 씻을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같이 일했던 동료 중에 행동이 굼뜬 친구가 있었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인데도 항상 더듬거렸다. 그가 담당한 행사 전날이 되면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리스트를 들고 행사장을 살피고 또 살피는 것을 보았다. 어떤 때는 그의 행동이 못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담당한 프로그램의 진행과 마무리는 늘 깔끔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준비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능력도 있고 준비성도 빠짐이 없다면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준비성이다.

준비 없는 능력은 무능력과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