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 최시형 평전’을 읽다
‘해월 최시형 평전’을 읽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07.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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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을 기치로 내세운 동학(東學)의 2대 교조 최시형 평전을 읽었다.

동학이라고 하면 수운 최재우와 녹두장군 전봉준 그리고 농민혁명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선 그동안의 무지를 많이 반성했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정도로 알고 있던 동학의 핵심교리에 자연사랑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은 경이로웠다. 그 오래 전에, 아직도 양반과 상놈의 반상차별이 엄존하는 시대에 ‘모든 사람이 하늘과 같다’고 주장한 것이나 외세에 짓밟히는 당시의 조선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1893년 2월 동학의 교도들이 전라감영에 제출한 소장(訴狀)에는 척양척왜의 깃발을 들게 된 경위가 들어있다. 요약해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 왜양(倭洋)의 적이 심복에 들어와 인란이 극에 달하였다. 우리의 국도는 이미 적의 소굴이 되었다. 임진년의 원수와 병자년의 치욕을 어찌 차마 말할 수 있고, 어찌 차마 잊을 수 있을까. 하물며 왜적이 뉘우치는 마음 없이 재앙을 일으킬 마음만을 품고 있어 바야흐로 그 독을 뿌려 위험이 닥쳐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별일 없다고 하는데, 지금의 형세는 장작불 위에 있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

오늘의 현실이 그대로 오버랩 되는 내용이다.

농민혁명의 발발요인이었던 고부군수 조병갑이 최시형의 재판에 예비판사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최시형에 대한 재판은 1898년 2월1일 서울고등재판소에서 진행되었다. 재판관은 재판장 이유인, 판사 이인무, 판사 김기룡, 예비판사 조병갑, 예비판사 권재운, 주사 김낙현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인물이 조병갑이다. 탐관오리의 상징이었던 조병갑이 처벌되기는커녕 고등재판소의 예비판사가 되어 동학혁명의 최고지도자를 심판하게 된 것이다. 예비판사는 권력층에서 파견한 일종의 감시병이었다’ 그들에 의해서 최시형은 71세인 1898년 6월2일 참형에 처해졌다. 땅을 칠 노릇이다.

책은 인간 최시형의 고단했지만 치열한 삶에 집중하면서도 그 시대의 아픔과 좌절과 희망을 함께 보여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최시형과 동학에 대한 그간의 무관심과 몰이해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특히 ‘하늘과 사람과 만물을 섬기되, 성(誠)과 경(敬)과 신(信)으로 해야 된다’는 가르침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35년 동안이나 관군을 피해 다니면서도 동학의 체계화와 포교에 전력하고, 반봉건과 반외세의 민중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한 리더십도 우리 민족사에 길이 표상이 되고도 남을 행적이었다.

새벽까지 책을 읽고 난 후, 동학과 최시형에 대한 다른 책이나 자료들을 더 찾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