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한 달 살기’ 후기(後記)
‘LA에서 한 달 살기’ 후기(後記)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11.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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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 없는 일을 했다. LA에서 한 달 동안 산 것이다. 딸의 집이 있었기에 가능한 한 달 살기였다. 원래는 2달을 예정하고 갔다. 10일 동안의 캐나다 여행 후에, 2주일 정도 쉬었다가 마추피추가 있는 페루에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페루여행은 여건이 맞지 않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달만 살다가 돌아왔다. 낯선 환경에서 한 달을 사는 일이 수월치는 않았다.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 정도는 주고받았을 수 있었지만, 마트에 가거나 다른 볼 일이 생기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어려움이 컸다. 손짓발짓으로 때우기도 하고, 번역기도 돌려보았으나 신통하지는 않았다.

처음 일주일은 LA 한인타운에 자주 들렀다. 음식도 먹고, 필요한 물품도 구입하기 위한 나들이였다. 그곳은 한국이나 다를 게 없었다. 우리말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주일에 참석한 예배도 대전의 교회에 온 것 같이 푸근했다. 설교도 좋았고, 교회의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다음 주간은 집 주변의 지형을 익히는 일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집 주변의 산도 가고 상가의 위치도 확인했다. 아침운동도 거르지 않았다. 길은 반듯해서 좋았는데, 완전한 사각형이 아니라서 잘못 들어갔다가 엉뚱한 지형이 나와 여러 번 당황했다. 그래서 한 방향으로 내리 달리다가 그 길로 다시 돌아오는 원시적인 방법을 택했다.

한 달 살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10일 동안의 캐나다 여행이다. 캐나다 동부지역은 아름다웠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그 넓은 지역을 채우고 있는 게 신기했다. 차로 5시간을 달려도 길 주변에 단풍이 늘어서 있었다. 퀘백의 올드타운 풍경들은 너무 아름다웠다. ‘도깨비’를 촬영했다는 지점마다 순례자처럼 다닌 것도 재미있었지만, 호텔과 강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의 야경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퀘백에서의 마지막 날엔 스파에 들러 피곤한 몸을 풀었다. 규모가 큰 이색적인 사우나였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압도적인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이아가라에서의 2박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캐나다에서 돌아 온 이후에는 집에서 며칠 쉬었다가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들을 드나들었다. 오렌지 카운티, 산타모니카, 말리부. 팜스프링스 등을 쉬엄쉬엄 둘러보았다. 미국 최고의 별보기 명소라는 ‘조슈아트리국립공원’ 밤하늘의 은하수와 별들은 찬란했다. 낮에 가면 독특한 풍경의 사막을 볼 수 있었지만, 별들을 보고 싶어서 밤에 갔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별들을 거기서 다 보았다. 밤하늘을 가득채운 별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그곳에 있었다. 여행하는 곳마다 지역 맛집으로 성장한 한국식당들에 관한 기억도 특별하다. 팔자에 없는 일이었지만, 소중한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