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中心)’이 어디냐고 묻거든...!
‘중심(中心)’이 어디냐고 묻거든...!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3.11.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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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중심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개 심장이나 머리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눈이라는 사람도 있겠고, 입이나 손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런데 오래 전 지인과의 대화에서 큰 깨달음이 담긴 대답을 들었다. 그는 ‘우리 몸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몸의 어떤 부분에서 작은 아픔이라도 나타나면 우리의 모든 주의와 신경은 아픈 곳으로 쏠린다. 아픈 곳을 부여잡고 동동거리게 된다. 대사기능이나 활동기능을 담당하는 장기나 부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아픈 곳을 우리 몸의 중심으로 인식해야 뒤탈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인의 짧지만 화살촉 같은 대답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확대하게 했다. 우리 가정의 중심은, 우리 마을의 중심은, 우리 교회의 중심은 과연 어디인지를 연달아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 가정의 중심은 누구일까? 지인의 말을 대입해 보면 식구 중에서 아픈 몸이나 마음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

마을의 중심은 누구일까? 부자나 위세가 등등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마을의 아픈 곳, 바로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우리 교회의 중심은 누구일까? 목사나 장로가 아니라 약한 자리에서 신음하는 사람이다. 이 연약한 사람이나 부분을 놓치면, 어떤 영역이든지 오작동(誤作動)이 시작된다.

생각은, 국가의 중심이 무엇이며 누구여야 하는지에 이르렀다. 막연히 국민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해왔다. 대통령이 중심이라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한참 지난 예전의 논리만으로도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있다고 해서 대통령이 국가의 중심은 결단코 아니다. 그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일정기간동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등용된 사람이다. 국가의 중심은 당연히 국민이다. 그 중에서도 힘이 없고, 돈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국가운영의 중심에 올려놓지 않으면 국가질서의 우선순위가 어그러지고, 무뢰한이나 파렴치한이 굿판을 벌인다.

중심이나 핵심에 대한 이해가 바르지 못하면, 격화소양(隔靴搔痒)의 지경에 빠진다.

발이 가려우면 발을 긁어야 하는데 신발을 긁는 모양과 같아진다. 축구경기에 야구선수를 기용하는 꼴과도 같다. 아픈 곳을 잘 관리해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아픈 마음들을 끌어안아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고 어두운 세상이 된다. 아프고 고단한 삶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국가의 바른 책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등골이 휘어진다. 사실, 어디가 중심이고 무엇이 중심과제인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맹성(猛省)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