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행정기구 이름에 ‘복지’를 허하라
제주도 행정기구 이름에 ‘복지’를 허하라
  • 김진훈 (장애인 직업재활 박사)
  • 승인 2019.07.2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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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ㆍ면은 사무소로, 동은 주민센터로 개명, 시대착오적 발상

며칠 전 신문에서 ‘제주도내 읍ㆍ면ㆍ동 행정기구의 명칭이 통일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내용인즉슨 읍ㆍ면ㆍ동 행정기구 명칭을 사무소,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로 혼재돼 불리고 있는것을  읍ㆍ면은 사무소, 동은 주민센터로 각각 통일하고 읍ㆍ면ㆍ동에 복지인력을 증원하면서 도입됐던 ‘행정복지센터’ 명칭은 폐지한다는 내용인데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든다.

같은 기구의 이름을 읍ㆍ면과 동 지역으로 나눠 따로 부르게 하는게 합당한 처사인지 모르겠다. 용어의 혼돈을 막기위해 통일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헷갈리지 않을까.

또 이미 엄청난 재정을 들여 행정복지센터로 간판과 행정서류 등을 바꾼 읍ㆍ면ㆍ동의 선제적 노력의 가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향후 읍ㆍ면ㆍ동의 활동이 지자체의 결정에 눈치를 보게하는 귀속적 관계를 만들겠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이름을 바꾸는 일이 보통이 아닌데, 다시 바꾸겠다고 하는 의도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이름은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이 적응해야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름을 바꾸고 있다. 누군가 이름을 바꾸면 처음부터 새 이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동안 헷갈려 하다 서서히 적응해 나간다. 아무 이유없이 개명하지는 않을테고, 그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 바뀐 이름을 기억하고 호칭해줄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그래야 더 빨리 자기 이름화 된다.

행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읍ㆍ면ㆍ동 행정기구의 명칭을 사무소,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로의 바꾸는 이유를 ‘통일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

동사무소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단어이다. 지난 1955년 처음으로 불려지기 시작한 이래 2007년 9월 주민센터로 바뀌기 전까지 무려 52년 동안 사용되어졌기 때문에 익숙할 수 밖에 없는 단어이다. 

이 명칭이 주민센터로 바뀌게 된 계기는 2006년 주민생활지원서비스를 도입되면서 새롭게 바뀐 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사회복지를 전공자 한사람으로서 아픔이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1995년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에 이어 2004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이에 대한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기도 전에 2006년 행정자치부를 중심으로 추진했던 주민생활지원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는 지금까지 과거의 모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때 당시에도 읍ㆍ면ㆍ동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이 있었고,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복지센터로의 변경이 다수였지만, 행자부의 반대로 2007년부터 지금의 주민센터로 불리게 됐다.

그러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을 비롯해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국민의 슬픔과 좌절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2016년부터 읍ㆍ면ㆍ동 복지허브화 추진을 통해 지역단위 복지기능을 강화하고 주민의 편의와 복지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정부는 2018년까지 전국의 3천469개 읍ㆍ면ㆍ동 주민센터의 명칭을 ‘행정복지센터’로 바꾸겠다고 발표한다.

그런데 왜 제주는 이름을 통일시키겠다는 이유로 통일도 아닌, 기존의 읍ㆍ면은 사무소, 동은 주민센터로 분리해 더 혼란을 가중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왜 변화에 역행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행정기구 이름에 ‘복지’을 허라라

이름에 ‘복지’가 들어가는건 지자체가 복지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지역사회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할거라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고, 복지전담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맞춤형복지팀의 추가 인력 배치와 ‘행정’과 ‘복지’가 동급으로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도민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행정기구의 이름을 바꿔 바꾼 이유를 설명하며 지역 주민에게 전달하고 홍보해야 하는데 제주도가 추진 중인 이름 변경안은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주민센터라고 불리던 곳도 주민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지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이참에 주민센터는 행정복지센터로 그 역할에 맞게 이름을 부여하고, 읍ㆍ면ㆍ동 단위로 주민들이 자조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주민센터를 별도로 운영 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지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