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다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4.02.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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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꿈을 그리다’를 여러 번 읽었다. 다른 책과 자료들도 적잖게 찾아 보았다. 고흐에 관한 노래라는 돈 멕클린의 ‘빈센트’는 수십 번을 들었다. 고흐는 ‘괴팍한 화가’가 아니라 ‘하늘이 내린 화가’였다.

그는 37년을 살았다. 27살부터 10년 동안은 그림만 그렸다. 유화 900여 점과 드로잉 1,100여 점을 남겼다. 고흐의 삶은 고단했다. 마음먹은 대로 된 일이 거의 없다. 성직자가 되려고 했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지만, 전업 성직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 이후, 아픈 마음들을 그림으로 위로하겠다는 생각을 다진다. 그의 인생은 더없이 가난하고 굴곡진 여정이었지만, 성경과 그림을 붙잡고 불꽃처럼 살았다.

고흐는 피사체와 동화되려고 했다. 피사체에 담긴 삶의 여정까지 그려내려고 했다.

이원율은 그의 책 ‘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에서 고흐가 ‘그림은 숭고해야 한다’는 낭만주의와 ‘그림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주의 그리고 ‘그림은 감각을 담아야 한다’는 인상주의를 넘어 ‘그림은 정신까지 표현해야 한다’는 표현주의에 몰두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고흐의 초기 그림들은 농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러나 사실적 묘사만으로는 농민의 애환과 고통을 담을 수가 없었다. ‘사실을 뛰어넘는 진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고흐는 후반기 그림부터 ‘과장과 변형’을 마다하지 않았다. 붓질도 거칠고 대담해졌다.                                                        

고흐의 미술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여인이 있다. ‘안나 보흐’와 ‘시엔’ 그리고 ‘요한나’다.

안나 보흐는 고흐가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라는 작품을 400프랑에 샀다. 안나 보흐는 고흐를 돕기 위해서 그림을 샀지만, 고흐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 본 첫 번째 사람이었다.

시엔은 거리의 여인이었다. 이 여인을 고흐는 진정으로 사랑했다. 둘은 불행한 결말을 맞았지만, 그녀는 고흐의 붓끝을 두텁게 만든 장본인이다.

요한나는 고흐의 유작들을 세상에 알려서 고흐를 재탄생시킨 여인이다. 요한나는 고흐의 동생인 테오의 부인이다. 요한나가 없었다면 오늘의 고흐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고흐의 미술인생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인물은 고흐의 동생 테오다. 테오는 고흐와 함께 삶과 죽음을 같이 했다.

고흐의 미술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 이들이 있었으나 고흐는 자신의 미술세계를 스스로 개척하고 완성했다. 그가 천재인 이유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이력이나 자살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고흐는 격정적인 작품을 통해서 세상과 대화를 나눴다. 고단한 이웃들의 허름한 삶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기도 했다.

성경을 통해서 깨달은 사랑과 헌신의 열정을 자신의 그림에 질박하지만 현란하게 쏟아냈다.

세계미술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화가, 고흐를 만나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