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릇’하기도 참 어렵다
‘국민 노릇’하기도 참 어렵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4.03.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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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울화통이 먼저 치밀어 오른다. 잠깐이라도 마음 편하게 지나는 날이 없어서다. 한 곳의 잡음이 사그라지면 다른 곳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가 잦아들면 엉뚱한 곳에서 죽겠다고 난리다.

원래 사람 사는 곳에서는 여러 소리들이 나오게 되어 있다. 아무런 소리가 없다면 그 곳은 죽은 공간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기반으로 내는 소리도 있겠고, 새로운 가치를 세워보자는 소리도 있을 수 있다. 또 그 소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들을 동원하는 게 상례다. 하지만 그 수단이나 방법이 국민들의 생명과 평온한 삶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가장 황당한 노릇은 의사들이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가버린 일이다.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넘어서는 안 될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자신들의 주장만 늘어놓고는 병원을 떠나버렸다. 의대의 입학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행동이 집단적으로 병원을 떠나는 것이라면, 당장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중환자나 응급환자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온 나라가 폭삭 주저 않을 일이다.

정부의 발표가 무리라면 다른 대응책과 대안을 먼저 찾는 것이 순리다. 무작정 병원을 떠나버리면 국민을 볼모로 벌이는 이기적 행동의 끝판으로 밖에는 달리 볼 수 없는 행태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난장판도 뒷골을 잡아당긴다. 국회의원 후보자를 확정하는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정물 타령이나 고인물 타령도 그렇고, 이합집산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뒷소리들이 국민 정서를 멸시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쪽도 속사정은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은 넘치고, 정당 지도부의 셈법도 복잡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더라도 내부에서 대안을 찾아야 되는데, 자신의 공천이 아득해지자 다른 집단으로 몸을 옮기는 행태는 꼴사나운 짓이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국민을 들먹거리는 못난 꼬락서니는 ‘보는 국민들’을 한참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의사들의 격렬한 저항과 낙천자들의 떨거지 같은 행태를 보면서 그 자리가 좋기는 좋나보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들이 내세우는 억울하다는 사연과 승빨난다는 사유를 아무리 뜯어보아도 국민을 위한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이익관철을 위한 궁벽한 논리에 거품을 문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와 유지를 위한 몸부림이지, 다른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의대정원 확대를 주제로 하는 토론에서 보인 의사단체 관계자의 주장이나 다른 당으로 옮기면서 내세운 정치인의 주장이 당사자에게는 절실할지 모르나 국민들이 듣기에는 허드레 소리로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