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영유아 잇기 위한 활용도구 'ICF'
발달장애 영유아 잇기 위한 활용도구 'ICF'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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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영유아의 발달을 돕는 장애인복지관 사업 실천과 ICF 활용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은 '발달'

0.72명. 2023년 대한민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암담합니다.

이미 사회의 곳곳에서 성적표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오랫동안 영유아의 발달을 책임져온 지역 곳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폐원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서울시 도봉구 소재) 1학년의 신입생은 18명씩 2개반, 36명이 전부입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동네가 더욱 늘어나고 있고, 출산과 소아과 진료가 불가능한 지역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슈퍼맨’ 아빠들을 보여주고, ‘금쪽이’ 아이들을 보여줍니다. 자연스레 청년들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며, 아이를 키우려면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됩니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노키즈존’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미성숙한 모습을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 사회에서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태어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의 삶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질까요? 바로 아이를 낳기 전까지 대체로 예측 가능했던 생활이 아이를 낳음으로 송두리째 뒤바뀐다는 것입니다. 삶의 모든 중심이 아이로 모여지고, 수십년간 쌓아온 삶의 경험과 지혜는 태어난 지 몇달도 되지 않는 작은 생명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혼란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뛰어 넘는 아이의 ‘발달’입니다. 목 하나 가누지 못했던 아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밤잠 설치는 백일의 힘듦이 어느 순간 기적처럼 사라지고, 어느새 앉고, 기고, 서고 걸으며, 세상의 모든 것에게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쏟아냅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발달하고, 부모 역시 성장합니다.

사전출처: 뤼튼 이미지 생성

발달은 누구에게나 고유한 모습으로, 또 저마다의 속도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전형적인 발달의 흐름과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을 ‘발달지연 영유아’라고 부릅니다.
출생률에서 알 수 있듯 태어나는 아이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발달지연 영유아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가장 최근의 기사를 인용하자면, 2018년의 7만4300여명에서 2022년 13만 7800여명으로 85%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체 영유아의 약 20% 정도가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아이를 키우기 참 어려운 사회에서,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불안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발달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이의 발달을 불안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발달이 느리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부모는 아이의 발달을 다른 아이, 혹은 전형적 발달 이정표와 비교하며 뒤쳐지고 있는 불안의 요소로 바라봅니다.

앞서 말한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는 애씀의 결과로서 다가오는 발달이 아닌, 남들은 다 하는데 내 아이만 못하는 숙제의 발달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발달이라는 기둥에 불안이 드리우면 뻗어나가는 가지들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꺾이게 됩니다.

불안은 부모에게 어떤 어려움을 가져다주게 될까요?
가장 먼저 부모 스스로 아이의 발달을 ‘책임’이라 여기기 시작합니다. 발달이 느린 것이 잘못이 아님에도,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발달로 연결짓고, 그것을 스스로의 탓이라 자책합니다.

두번째로 수많은 정보의 홍수에 휩쓸립니다. ‘OO에 어디 치료실 선생님한테 받으면 낫는다더라~’라는 등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집니다. 검색창의 모든 이야기가 내 아이와 같아 그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세번째로 아이의 모든 행동이 문제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가지치기하며 발달하는 아이의 작은 실수조차 꼼꼼히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고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합니다. 남들과 비교하기 쉬운 우리 사회에서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은 관계의 단절입니다. 장애에 낙인을 찍듯, 발달이 느린 것에도 낙인을 찍는 주변에서부터 격리를 자청하는 것입니다. 

발달지연 영유아의 발달을 돕는 실천에는 '연결'이 필요해

아이의 발달은 개인의 숙제가 아닙니다. 저는 아이의 발달은 ‘공공의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발달지연 영유아의 상황과 어려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가는 시기입니다. 많은 지역에서 영유아 발달검사 조례가 통과되어 가고 있고, 발달 후 지원(개입)의 다양한 모습이 전국 곳곳에서 실천되고 있습니다. 분명 너무 늦지 않은 시일 내에 영유아 발달을 공공이 책임지는 국가적 차원의 조기개입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전출처: 뤼튼 이미지 생성
사전출처: 뤼튼 이미지 생성

 저 역시 부족하지만 나름의 모습으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천지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연결’입니다.
분절된 정보와 서비스, 아동과 보호자, 전문가와 당사자, 당사자와 지역사회, 지원자와 지원자, 공공과 민간을 잇는 것입니다.

구슬을 꿰려면 실이 필요하듯, 이음을 위한 도구가 필요하기에 우리는 ICF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영유아 발달지연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사업을 기획/실천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ICF로 본 것 입니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몇 회기동안 발달지연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장애인복지관 사업 실천에 대해 ICF를 중심으로 이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