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 것은 없다
세상에 내 것은 없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08.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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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내 것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이라도 세상에 내 것이 별로 없음을 금방 알게 된다. 아니, 세상에 내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내 몸도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라고 하면 나의 형상을 내 맘대로 바꿀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못하다.
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뜯어 고치기가 쉽지 않다. 성형수술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형편이다. 다리가 짧다고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 감기 하나 마음대로 어찌하지 못하는 것도 내 몸이 내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내 것이라면 감기에 걸렸더라도 하루아침에 밀어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병원에 가건 약을 먹건 간에 일주일을 꼬박 앓아야 겨우 몰아낼 수 있다.

내 몸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세상인데, 권력이나 지위 또는 품속에 감춰놓은 문서라도 그것이 끝내 내 것이 될 리는 만무하다. 세월이 흐르면 그 모든 것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꽃의 화려함이 10일을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담긴 뜻을 헤아리면 세상에 내 것이 아예 없음을 금방 알 수 밖에 없다.

한 주간이 시작되는 이 아침에 다소 우울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세상을 마치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우쭐거리거나 자기 마음대로 세상일을 흔들어 보려는 인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기세가 등등하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푸석푸석한 얼굴이 된다. 권력의 단 맛을 보았기 때문에 예전의 영화(榮華)를 추억하지만 그것을 알아 줄 사람은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잠시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자기가 쥐고 있는 것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면 뜻하지 않은 지점에서 큰 변고를 만나게 된다.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갑작스럽게 내 손에서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지금 앉아 있는 자리가 내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떠날 시점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슴을 치고 후회하기 전에, 빌려서 사용하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겸손하게 관리하는 습성을 놓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