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내 33년 노동착취사건과 장애인 학대사건의 문제점
사찰내 33년 노동착취사건과 장애인 학대사건의 문제점
  •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국장
  • 승인 2019.08.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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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을 약 32년간 데리고 있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폭언/폭행을 행한 혐의와 명의를 도용해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펀드에 투자하는 등의 혐의로 서울 소재 모 사찰의 주지를 고발하면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사건은 이미 피해자에 의하여 과거 한 차례 고소가 이뤄졌던 사건인데, 수사기관에서는 폭언과 폭행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고 32년간 노동을 착취한 점과 명의를 도용한 점에 대해서는 사건화 조차 되지 않은 채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만이 내려졌었다. 한편, 피해자는 스님으로 불리며 승복을 입고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승적에 올라있는 정식 승려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에서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가해자의 악행을 고발하는 한편 32년간 행해진 장애인 대상의 학대사건에 대해 벌금 5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이르게 한 수사기관의 직무 태만에 대해 규탄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닌 고용노동부의 관할 이라는 이유로 수사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노동부에서는 사찰에서 이뤄진 일이므로 근로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역시 사건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비추어 유사한 장애인 학대 사건의 반복되는 문제점을 몇 가지 생각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한 사법기관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이다. 2014년 신안 염전노예사건을 통해 드러난 사례들을 생생히 목격하며 우리 사회는 이미 장애인 대상의 노동착취가 사람을 사람 이하로 대우하는 있을 수 없는 인권침해임을 뼈저리게 절감한 바 있다. 그러나 범죄로 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법기관에서는 아직도 가해자가 숙식을 제공해줬다, 근로관계가 아니었다, 피해자가 동의했다 라는 이유로 처벌을 하지 않거나 미약하게 처벌한다. 인권에 대한 인식도 장애인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못해 천박하다 할 만하다.

둘째, 종교시설에서 일어나는 장애인 학대가 문제다. 이미 많은 종교시설 및 유사종교시설, 혹은 종교법인이 설립한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이 학대당한 사례를 우리는 이미 무수히 목격했다. 그러나 종교시설은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와 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빗겨가고, 선의나 신앙심이라는 포장이 그 안에 있는 장애인의 인권과 삶을 가린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장애인을 자기 나름대로 돌보았다는 식의 공로의식은 실제로는 차라리 그가 돌보지 않았음이 당사자에게 나았을지라도 가해자에게는 핏대높여 (당신이 한번 해 보라며) 자기를 방어하는 구실이 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게는 선처하는 근거가 된다. 아마도 국가와 공동체가 담당해야 할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 대한 부채의식도 선처를 내리게 되는 한 동기가 되지 않을까?

셋째,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염전, 축사, 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종교시설로 장애인이 내몰리는 이유는 뭔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홀로 살아가거나 가족이 홀로 담당하는것이 여전히 어렵고 막막하기 때문이 아닌가? '사회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장애인을 거두어 돌보았으므로 선처'하는 식의 스토리는 그 꾸며낸 사람들도 문제지만 먹히는 사회인 것이 더 문제다.

오늘도 또 한 명의 장애인이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2014년 염전노예사건이 터진지 5년도 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