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민주주의는 조직을 조직답게 만든다
조직민주주의는 조직을 조직답게 만든다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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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복지현장의 리더 모습
사람을 사람답게 대해주는 리더
참여, 권한, 동기부여는 그런 리더에 의해 시작된다

‘조직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조직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외부시장과의 경쟁이든, 조직내부의 문제이든 간에 그것을 다루는 과정 속에서 조직의 문화는 하나씩 자리하게 된다.

구성원들의 시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의 차이에 따라 문제를 다르게 해석한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관점과 철학이다. 리더가 바라보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해결의 과정에서 ‘무엇을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과도, 조직의 문화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너무나 진부한 형식들이 존재한다. 이를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하지만 형식에 대한 비판대신 옳게 일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비영리조직을 보더라도 다양한 형식들이 존재한다. 일의 성과와는 별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용보다는 형식에 대해 너무나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관행적으로 짜인 형식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한다. 미션과 전략, 계획과 평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우리의 변화를 촉구해 보지만 잘 풀어내지 못하는 것은 주어진 절차와 형식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각각 파편화된 형식으로 접근했으니 서로가 부자연스럽고 어깃장을 낸다. 부자연스러우니 건강한 문화로 형성되기 어렵다. 문화에 대한 관점보다는 당장에 주어진 형식과 성과에만 집중하는 데서 오는 문제이다.

우리가 문제를 대하는 패턴들은 너무나 일률적이다. ‘문제를 좀 더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목표가 될 수는 없을까?’ 문제에 매몰되면 사람을 문제해결의 도구로 인식한다. 극단적으로는 문제의 원인이 사회구조나 조직의 모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이유이다. 사람을 문제해결의 도구로 인식하는 순간, 조직의 모든 불행은 찾아온다.

구성원들에게 생존의 욕구가 발동한다. 자신이 희생되지 않기 위하여 다른 희생제물을 찾게 된다. 직장 내 따돌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문제해결을 위해 선 듯 나서는 것을 꺼려하기 된다. 직장 내 복지부동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조직의 존재보다는 나의 자리가 더 중요해진다. 억압적 지시는 그렇게 시작된다. 조직이 형식적이 되는 이유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존중받지 아니하기에 존중의 욕구는 먼 얘기가 되어버리고 소속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이 느끼는 욕구는 이제 존중과 소속욕구의 하단에 있는 생존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 생존은 형식과 관습을 지키는 것에서 찾는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생존을 위해 형식과 관습을 선택하는 것이다.

조직이라면 어디에나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문제도 대동소이하다.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 조직의 리더가 ‘무엇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소속감과 존중의 욕구에 가득한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기를 원할 것이다. 생존의 욕구 속에서 압박감과 타성에 젖은 구성원과 일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형식과 관습은 사람보다 목표를 우선시 하게 한다. 때문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사람답게 다루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조직에서는 성과가 있을 수 없다. 형식과 관습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결국 진부한 형식과 관습을 해체하는 것은 리더 혼자만이 아니라 조직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서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일까?‘ 여기 짤막한 시 하나를 소개한다.

주고 빼앗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섬기고 지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도와주고 부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키우고 먹어 치우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죽고 살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이상적인 것 그리고 거래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믿는 것 그리고 탐욕을 가지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피터모린(Peter Maurin)의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라는 시이다.

피터모린은 도로시 데이(Dorothy Day)에 의해 시작된, 미국의 가톨릭 일꾼(Catholic Worker)운동에 영감을 준 사상가이자 예언자이다. 194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절에 도로시 데이는 환대의 집, 가톨릭 일꾼 잡지를 통해 노동의 중요성, ‘노동은 영성이다.’를 주장하면서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방문 당시,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해 주목받았다. 연설에서 미국인의 정신에 영원히 흐르는 기본 가치를 만든 사람으로 강조한 인물이 ‘링컨 대통령, 마틴 루터 킹, 토머스 머튼’, 그리고 도로시 데이였다. 피터모린은 그러한 도로시 데이의 정신적 지주였고 친구였고 운동의 동반자였다.

피터 모린은 노동자체가 인간성을 말살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였다. 그가 주장한 푸른혁명(Green Revolution)에서, 강요보다는 협동을 강조하는 사회, 노동자 자신이 주인 되는 사회를 지지하였다. 노동자, 학자가 서로가 통합되어 함께 일하고, 생각하고, 나누고, 기도하는 공동체를 꿈꾸었다. 가톨릭 일꾼 운동은 여전히 미국사회에 유효하다. 그리고 80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노동현장에도 유효하다. 1940년 미국의 대공황과 1997년의 대한민국 국제구제금융(IMF)은 많이 닮아 있다.

오늘날, 노동이 인간성을 말살하여 왕따를 만들고, 성희롱이 일어나고, 노동착취가 일어나는 현상은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형식과 관습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피터모린이 말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리더’야 말로 조직에서 필요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이러한 리더의 모습이 형식과 관습을 해체한다. 사람이 주인 되기 때문이다. 강요보다는 권한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일의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조직민주주의와 많이 닮았다. 만약, 인간이 직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피터모린은 ‘조직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았을까?’

조직민주주의에서의 리더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해주는 사람이다. ‘공감과 긍정을 주고 의심하지 않는 리더,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억압하지 않는 리더, 성장의 기회를 주고 자신은 잠시 멈춰 있는 리더, 조직과 구성원을 위해 잠시 기다려 주는 리더, 원칙과 윤리를 준수하고 사익을 버리는 리더, 권한을 주고 자신의 힘을 분배하는 리더’ 말이다. 그러한 리더가 조직을 조직답게 만든다. 그러한 조직이 구성원을 구성원답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조직민주주의가 바라는 리더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