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11.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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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서울과 대구는 어설픈 모양이지만 이미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이 완료되어서 활동을 시작했고,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설립을 위한 공청회나 실무준비단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의 방침에 의한 일이기는 하지만 정부출범 초기의 공언과는 달리 굼뜬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아직도 사회서비스원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도 상당하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이 필요하다거나 찬성하는 쪽의 입장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국가의 복지책무성 확대로 압축된다. 그렇게 해서 복지체감도를 높이고, 사회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하는 쪽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혹시 사회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전초작업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에서부터 지금까지 피땀 흘려 일구어 온 사회복지시설들을 한꺼번에 집어삼키려는 계략이라고 못을 박아버리는 근본적인 반박도 있다.

사실, 정부의 입장이 잘못되었다고 몰아붙일 일만은 아니다. 다 정부의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어쨌건 고용의 질도 향상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도 안 되는 숫자놀음은 비판받아야 하고, 지금까지 사회복지서비스들이 마치 공공성을 결여하고 있었던 것처럼 몰고 가려는 발상도 비겁해 보인다. 퇴직공무원의 노후보장용 일자리가 될 것이라는 현장의 걱정을 씻어내는 장치가 아예 없는 것도 수상하다. 지자체마다 중구난방인 추진방식도 미심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기설기 엮어서 일단 질러놓고 나중에 손을 보아가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는 대단히 안타깝다. 그동안 사회복지현장을 대상으로 시도한 몇 번의 실험이 번번이 좌초된 이면에는 현장의 동의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가 그 꼴이 났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도 현장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하면 터덕거리다가 혹시 원위치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멀리 가야 할 가치가 분명한 일이라면 더디더라도 현장과 논의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