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기관차
고장 난 기관차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19.12.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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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렬 검찰총장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동안 그가 점심밥을 먹으러 구내식당에 가는 사진이 중앙일간지의 1면에 등장했을 정도다. 중앙일간지의 1면에 무슨 사진을 실을 것이 없어서 검찰총장이 밥 먹으로 가는 사진을 올리는 지 한심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그가 논란의 정중앙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전에 그가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결기 있게 말할 때 국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발탁될 때는 이제야 검찰 권력이 제자리를 찾을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안도한 국민이 많았다.

널쩍찌근한 체구에 표정 없이 ‘수사의 정도’를 운운하는 취임사를 뱉어낼 때만 해도 듬직한 모습을 보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검찰총장이 하나 왔다고 가슴까지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검찰총장에 취임하자마자 일반적인 기대와는 영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둘러야 할 일은 소 닭 구경하듯 하고, 신중해야 할 일은 경박하기 짝이 없다. 수사행태도 털고, 훑고, 흘리고, 씌우기를 반복한다. 예전에 많이 보아왔던 몹쓸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언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란수괴 수준의 압수수색이나 전 방위적인 토끼몰이 식 압박수사를 일상화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기소장도 그렇고, 재판준비과정에서 판사로부터 면박이나 당하는 수준의 허접함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건국 이래 최대의 호들갑을 떨어댄 수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포함해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만한 수사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곳저곳을 쑤석거리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한다. 법과 원칙을 앞세우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특히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사람이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도대체 ‘선 무당 칼 춤 추듯이 나대는 모양’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간혹 ‘검찰의 중립’을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말은 정치적 중립을 말하는 것이지 권력체계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도 현 정부의 조직체계 안에 있는 기구에 불과하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제동장치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막무가내로 씩씩거리며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기구의 수장이 지켜야 할 정도(正道)와 금도(禁道)를 엄격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럴 수 없다면 씩씩거리면서 일할 수 있는 다른 생업을 알아보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