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장이 SH 전세임대 선정된 거주장애인 탈시설 막아…장애인ㆍ사회복지단체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시설장이 SH 전세임대 선정된 거주장애인 탈시설 막아…장애인ㆍ사회복지단체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3.2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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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ㆍ사회복지단체,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 개최
장애인거주시설 ‘도란도란’ 시설장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로 피해를 입은 탈시설 당사자, 탈시설 예정 거주이용인, 탈시설 자립지원 업무 담당종사자들 구제 조치, 국가인권위원회에 요청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설치한 쉼터에서 거주장애인의 탈시설을 막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사회복지지부 등 장애인인권ㆍ사회복지단체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거주시설 ‘도란도란’ 시설장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로 피해를 입은 탈시설 당사자, 탈시설 예정 거주이용인, 탈시설 자립지원 업무 담당종사자들의 구제 조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요청했다.

 

지적장애인시설 도란도란은 2009년 당시 SBS ‘긴급출동SOS’ 등을 통해 구출된 인권침해 피해자에게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위기개입, 의료, 법률, 심리사회적 지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장애인인권활동가들과 보건복지부, 서울시, 대한성공회사회복지재단이 뜻을 모아 설립한 이 시설은 국내 최초로 쉼터기능을 위해 만들었으나 쉼터 설립 근거가 없어서 장애인거주시설로 등록됐다. 시설 정원은 20명이나 탈시설을 통해 현재 11명의 거주인과 8명의 직원이 생활하고 있다.

여준민 활동가 "도란도란 거주인, SH 전세임대 선정됐으나 시설 측 방해로 탈시설-자립 지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최근 도란도란에서 벗어나 마을에서 살고자 SH 전세임대 지원을 신청하고 선정된 허모씨 등 거주인들이 시설장에 의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조직적인 방해를 받고 있어서 탈시설-자립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정 취지를 설명했다.

여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꿈꾸던 거주인들이 노동과 저축을 하고, 청약을 들어 내집에서 살아갈 날을 준비해왔지만, 시설장은 ‘다수 직원들의 합의가 없었다’, ‘가족과 후견인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등 절차와 과정에서 논의할 게 많다며 차일피일 지연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허씨 등 다섯명은 SH 전세 임대주택에 선정돼 31일까지 집 계약을 마치면 자립생활을 할 수 있게 됐으며, 다른 거주인 3명도 탈시설이 예정돼 있는 상황. 거주인 스스로의 힘과 이들을 지원하는 종사자ㆍ장애인권 옹호활동 및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등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탈시설 자립의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듯 싶었으나 지난해 3월 성공회 사회복지재단에서 임명한 새 시설장이 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2019년 10월~2020년 1월에 걸쳐 시설장의 지시에 의해 탈시설을 막는 조직적인 방해행위가 있었다고 이들 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해 12월 23일 탈시설 당사자들의 보호자들에게 시설장 명의의 입장문을 발송한 편지를 근거삼고 있다.

이 편지에는 관악구 구의원에게 제출한 내용이라며 “탈시설 사회운동가들의 매도로 시설 이용인들에 대한 대변이 어렵다. 지금 시설에는 자기 주도적 표현 등이 어렵고 연세드신 분들인데 신체장애인들처럼 무조건 자립을 유도한다면 그분들이 과연 사회적으로 충분한 인권적 보장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을지, 장애인단체의 커다란 틀에 포함돼 탈시설의 희생양이 돼 다시 투쟁의 명분이나 수단이 돼 버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인권위 진정서에 따르면 “탈시설 및 장애인식에 대한 시설장의 그릇된 인식과 권한행사에 영향을 받은 상당수 보호자들은 당사자와 탈시설 자립지원 담당자를 상대로 탈시설에 대한 우려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실제 탈시설 지원업무가 당사자를 더 큰 불안과 혼란에 빠트리는 상황으로 번지게 됐다.”며 “시설 종사자들 또한 탈시설에 대해 시설장의 주장에 동조 혹은 순응, 거주이용인들에게 탈시설에 대한 불안과 부정적 정보만을 제공하며 종사자 간 갈등을 조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종사자들 간 갈등은 극단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 활동가는 “성공회가 이럴줄 몰랐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깨끗하게 해결하는게 아니라 그분을 다른 시설로 이전시키고 계속 성직자들이 기관장으로 왔다 갔다 하다보니 해결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사자, 지역사회가 준비 안됐는데 (지역사회로)나가는게 인권침해 아닌가라고 주장한다. 삶이 준비인가. 삶은 살아가는 것이고, 경험하는 것이지 준비하는게 아니다.”라며 “당사자의 의지가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다. 어깨를 내어주기도 하고, 발맞춰가기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회복지사는 복지만 하는게 아니라 사회도 해야 

시설 내에서 탈시설-자립생활을 추진해오다 업무배제 등 어려움에 처했다는 강자영 팀장은 “당사자분들이 지역사회내 정착할 수있도록 복지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유관기관 뿐만아니라 주민센터, 은행, 체육센터, 통신업체, 커피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계망을 깊고 넓게 형성해왔다. 이는 비단 도란도란과 지역사회의 노력에서 나아가, 당사자분들의 자연스러운 생활의 결과.”라며 “2019년 겨울, 드디어 관악구 내 자립의 기회가 왔으나 기쁨도 잠시, 시설내 거의 모든 이용인분들이 동시에 확정되자마자 자립을 막는 언행들이 쏟아져 날라오기 시작했다. 자립한 당사자들을 골칫거리 취급을하고 문전박대하고, 이용인간 편을 갈라 탈시설을 마음먹은 당사자의 마음에 상처를주고, 당사자에게 나가지말라는 표현을하여 주춤하거나 혼란을주어 돌아선분 마저 있다. 함께 힘써온 보호자는 돌아섰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시작도,그 과정도, 도란도란은 탈시설을 지향해왔고, 지역사회 내 중심센터의 역할을 그려왔다. 그럼에도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종사자에게 '사회활동'을 선동한다고 비아냥거린다.”며 “묻고싶다. 도란도란의 목적과 변화하는 국가의 정책을 알기는 하는가. 사회복지사는 복지만 하는것이 아니다. '사회'도 해야하는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강 팀장은 “당신이 주택에 당첨됐는데 누군가 옆에서 다음에 신청해서 나가는게 어떤가라고 물으면 뭐라 답하겠는가. 세상은 험하고 완벽한 지원이 없으니 모르는 누군가와 살라고 하면 그리 할 것인가. 완벽한 준비가 있나. 이게 가능하기는 한가.”라며 “우리는 당사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하고 알려드리고, 용기를 주고, 그의 결단에 힘을 보탤 뿐이다. 그리고 그 결단으로부터 시작되어, 또다시 공부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용기를 주는 사회복지사.”라고 말했다.

사회복지노조 박영민 사무처장은 “거주 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권리를 박탈할 권한을 그 누구도 부여하지 않았다.”라며 “시설 설립 취지에 따라 성실하게 뛰어다니며 조력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배제시킬 권한 또한 그들에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운영법인인 대한성공회사회복지재단은 최근 여러 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며 “이곳 도란도란만 하더라도 예전 시설장에 의한 거주인 인권 학대와 노동자의 노동권 침해 문제에 대해 사회복지노조가 끈질기게 싸워 작년 해당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구성했고, 수개월을 거친 조사를 작년 말에 완료했으나 이 보고서는 성공회재단이 아직 채택하지 않았다. 또다른 산하 시설인 용산장애인복지관에서는 주민 후원금을 불법으로 법인으로 전출해서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어떤 반성과 사과도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