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회복지 생활시설, "무차별, 우선적인 공적지원 필요해"
코로나19 사회복지 생활시설, "무차별, 우선적인 공적지원 필요해"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4.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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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 ISSUE & FOCUS’, 코로나19 특집으로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감염병 대응 현황과 과제’ 리포트 발표

사회복지 생활시설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공적 지원은 물론 재정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8일 ‘보건복지 ISSUE & FOCUS’, 코로나19 특집으로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감염병 대응 현황과 과제’에 대한 리포트를 통해 시설특성을 고려한 상세한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발, 시설안전 및 인력배치 기준개선 등단계적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보사연은 리포트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요양병원, 요양원, 중증 장애인 시설 등에서 집단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복지 생활시설 전반에 대한 감염병 예방과 대응의 중요성이 커졌다.”라며 “이로 인해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필수 서비스 제공 유지’와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상충된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 ‘사회복지시설안전관리매뉴얼’을 별도로 마련하면서 감염병 발병 시 이용자 및 관리자안전 수칙, 비상 대응 계획(시설 조치 사항)을 통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시설 종류별로 사업안내서,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감염병 관리를 다루고 있으나 지침 내용이 상이하다고 보사연은 밝혔다.

보사연은 “아동·장애인복지시설과 정신보건시설은 감염병 예방 교육, 감염병 관리를 위한 제공인력 채용기준, 감염병 발생 시 보고 체계 등에 관한 선언적 수준의 제한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반면, 노인복지시설은 안전관리매뉴얼을 별도로 마련해 감염병 관리를 위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응방법을 안내하고 있다.”며 “‌특히 ‘장기요양기관 안전 관리 매뉴얼’은 감염병 발생 시 시설장, 사무국장, 간호과장,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시설내인력이 확산단계별로 해야할 업무와 역할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호트 격리, 의료권서 차별·배제 결과 초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그동안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 산적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생활시설의 코호트 격리 조치의 적시성 및 적절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보사연은 “생활시설은 여러 명의 입소자가 다인실의 좁은 공간에서 공동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간 내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가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는 전체 사회복지시설 대상 코호트 격리 조치를 단행했다.”라며 “특히 종사자와 이용자 대상 전수 진단검사를 선행하지 않은 격리조치는 일본 크루즈 집단감염 사례처럼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의 감염 위험을 높이고, 취약계층의 보호와 안전을 이유로 한 조치가 오히려 그들을 의료권으로부터 차별·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격리종사자가 2주간 거주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 부재하고, 마스크·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격리 조치가 내려져 종사자의 건강권을 위협했다.”며 “2018년 기준 시설 요양보호사의 95%가 여성이고, 50대가 50%에 달하는 등 고령층의 치사율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을 감안하면 격리종사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을 병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종사자 감염으로 인한 서비스 제공 공백과 시설 내 응급 상황 발생에 유연하게 대응할 만큼 충분한 수준의 인력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고스란히 노출됐다.

생활시설 인력부족 문제, 시급히 해결돼야

보사연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평상시에도 인력부족에 따른 종사자의 과도한 업무량이 지적됐고, 종사자 감염에 따른 서비스 공백문제는 시설특성과 규모에 따라 그 심각성이 달라질수 있다."라며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은 종사자가 감염되어도 전문성이 있는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어 격리된 시설에서 감염된 이용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위험 상황도 발생했고, 공동생활가정과 같은 소규모 거주시설은 1~2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기 때문에 종사자가 감염될 경우 대체 인력이 긴급 투입되지 않으면 해당 시설의 서비스 제공이 완전히 중단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생활시설에 대한 대응 조치가 지역적으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며 대응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됐다.

보사연은 “감염병 유행정도와 위험수준에 따라 지역별 대응강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일괄적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며 “가령 종사자에 대한 공적 마스크 등의 방역용품지급은 지자체와 시설장의 책임에 맡기기보다 중앙정부의 긴급 우선지원 대책이 조기에 마련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회복지 생활시설이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와 지역사회 파장을 막기 위해 보사연은 신속하고 충분한 수준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추경에 사회복지 생활시설 지원 과제 포함·확대 ◆대응 지침 확인 및 지침 실효성에 대한 지자체 사후 관리 ◆시설 종류 및 서비스 특성에 따른 감염병 관리 및 대응매뉴얼의 구체화 ◆장기화 대비 위한 시설 안전 관리 규정 강화 ◆ 시설 인력 배치 기준 및 대체 인력 지원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전관리 매뉴얼, 상세 안내지침 담아 시설 종류로 배포돼야

보사연은 “생활시설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 장애인 거주시설은 의료적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에 적어도 공공의료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방역물품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마스크, 손소독제, 보호복 등의 방역물품은 생활시설 이용자 및 종사자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우선적인 공적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호트 격리시설, 종사자 부족시설에 대한 재정지원도 강화돼야 한다.”며 " 장애인거주시설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대체인력 지원비 및 추가근무 수당을 확진발생 시설당 최대 500만 원까지 긴급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했으나, 이런 시설 종류별 개별 대응보다 전체 생활시설을 대상으로 한 일관성 있는 인건비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대비해 “유관기관 협조체계 구성, 위생관리, 의심환자 모니터링, 1인 격리실 사전확보, 대체인력 풀구성, 서비스 연계 등의 지침 내용이 일선 현장에서 실제로 준수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끝으로 “현재 안전관리 매뉴얼은 시설 종류와 사업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감염발생에서 종식까지의 단계별 상황, 상황별 수행업무, 업무별 역할분담에 대한 상세한 안내지침이 주요 서비스 대상, 서비스 특성, 시설 규모 등을 고려해 시설 종류별로 별도로 배포해야 한다.”며 “이때 시설의 격리, 폐쇄, 종사자의 업무배제 등의 상황발생시 지역사회 내 유관기관의 자원(시설공간, 인력, 물품 등)이 어떻게 연계·공유돼 이용자에게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