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격리 아닌 격려를, 차별 아닌 존중받아야 한다
그들은 격리 아닌 격려를, 차별 아닌 존중받아야 한다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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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적 코호트 격리, 효과성 검증됐나?
억압적 정책은 지양돼야
진정한 찬사는 종사자들의 몫

예방적 코호트 격리? 

2020년 2월 말 소강상태를 보일 듯한 코로나 19는 대구와 경북의 특정종교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발생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리고 이 여파는 여지없이 사회복지시설까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집단감염의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 시작은 경상북도의 경산과 봉화에 소재한 요양원에서부터였으며, 동 시기에 예천과 칠곡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다.

2020년 2월 24일부터 3월4일까지 대구와 경북에 소재하고 있는 노인요양원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경상북도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모든 직원들이 14일간 시설 내에서 격리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사실 이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법정용어도 아니고, 의학용어도 아닌 코로나 19에 의해 생겨난 신조어이고, 굳이 구분하자면 행정용어일 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바이러스에 대한 선제적인 방어적 조치로써 이 단어를 처음 썼지만 막상 경기도는 권고수준의 행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3월 5일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가 강제집행을 선언한다. ‘코로나 19 대비 사회복지시설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 41조 및 제46조'에 근거하여 사회복지시설을 3월 9일부터 2주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버린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의 위험구역이란 실제 위험이 상존하는 구간이어야 하지만 다수의 사회복지시설들은 위험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할 뿐이지 명확하게 위험요인이 있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조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다.

코호트 격리라는 것은 의학용어로써 감염자가 발생되었을 경우 지역사회에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을 폐쇄하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코호트 격리라는 그 자체가 의료인이 상주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료인이 상주하지도 않고 실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폐쇄를 하는 것은 의학적 사고에도 근거하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북도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꺼내든 것은 위험구역이라는 법률과 감염이라는 의학을 급조해서 만들어 낸 과도한 행정집행이다. 법률과 의학, 어디에도 근거를 두지 않는 과도한 행정이라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강제집행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경북도에 소재한 580여개소의 사회복지시설은 여기에 동참하고 2주간에 격리를 마친다. 이 조치로 6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었고 종사자 1만 2천명, 이용자 1만 7천명이 2주간 격리되는 수고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경북도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매우 탁월한 조치였었고 효과가 높았다는 보도자료를 송출한다.

경북도의 이 조치로 인해 종사자와 이용자들의 겪었던 수고는 이루 말할 수도 없고, 가족들의 불안감,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편견, 인권의 문제와 노무분쟁 요소 등 너무나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시설이 이를 감내한 것은 감염원으로부터 이용자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조치가 효과성이 있었다는 경북도의 주장을 증거할 만한 데이터가 있을 때 그 헌신은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효과가 있을까?

과연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경북도의 주장처럼 효과적이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무런 효과도 없었고 오히려 더 위험한 조치이다. 효과성이 없었다는 것은 아래의 표가 증명한다.

2018년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 자료를 근거로 종사자의 수를 유추함

상기의 표는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기관 중, 시설급여를 제공하는 노인요양원의 전체 개소수 및 종사자의 수와 경북도의 그것과 비교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맨 우측의 비율을 보자면 경북에 소재한 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종사자의 수는 전체 요양원 종사자의 7% 수준이다. 그리고 그 7% 중에 몇 명이 확진이 된 것이다. 그리고 93%는 경북도 외에서 종사하는 노인요양원 종사자의 비율이다. 경북도가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한 2주간의 기간은 전국적으로 매우 위험한 시기였다. 다행스럽게도 경북도에 소재한 사회복지시설 중에는 이 시기에 단 한 곳도 확진된 시설이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이 더 있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지 않은 요양원에서도 확진된 시설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감염이 발생하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능동감시로 전환하게 되면 종사자 외에는 감염될 경로가 차단된다. 그래서 예방적 코호트 격리란 이용자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종사자를 사회로부터 단절시키는 목적이 크다. 그런데 경북 외에서 근무하는 93%의 75,657명 종사자들은 외부와 단절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다. 감염의 위험은 외부와 단절되지 않은 93%의 종사자들에게 더 있는데도 말이다.

감염은 확률적 계산에 따른다. 그렇게 볼 때 단절된 7%의 경북도 결과와 단절되지 않은 93%의 전국적 결과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의 확률적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대구경북의 사회복지시설에서 발생된 확진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북 칠곡 OOOO의집 확진(02.24), 경북 예천 OO마을 확진(02.26), 경북 경산 OO요양원 확진(02.28), 대구 북구 OO재활원 확진(03.02), 경북 봉화 OO요양원 이용자 2명 확진(03.04) 등 대구 경북에 소재한 노인요양원 및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코로나 19의 확진 일지이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가 있다. 바로 감염경로에 신천지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직원의 시어머니가 신천지, 목욕탕에서 신천지와 밀착접촉, 원장의 부인이 신천지, OO병원이 신천지 등 2월말부터 3월초까지 발생한 대구경북의 사회복지시설 감염경로는 신천지와 강하게 관계되어 있다. 이는 그 시기에 신천지 착시현상과도 같다. 신천지라는 변수를 빼게 되면 감염경로는 확연하게 감소한다.

즉,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 중 신천지라는 변수만 조정을 해준다면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효과성에 의심을 품을 수 있는 합리적인 데이터와 상황적 조건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경북도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강행한 것이다.

찬사의 대상은?

어떠한 조치이든 법이든 의학이든 어떠한 근거에 의해 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근거를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지켜질 때 인간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거를 바탕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결정에 대하여 당사자와 협의하고 합의하여야 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사회적 위험을 극복해 나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우리는 그 방법을 지켜나가기 위해 지금까지 독재와 싸워왔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19 대응정책은 투명성과 개방성으로 대변된다. 자유를 억압하지 않고 위험을 극복해나가는 이 모델은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이에 완전히 반한다. 매우 억압적이었으며 불투명했으며 이 사회의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자유를 통제했다. 그럼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의 사례는 찬사를 받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있어서는 안되는 반인권적 정책이다. 행정이, 확정되지 않은 위험을 근거로, 법과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유를, 그것도 가장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를 억압한, 이 정책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폭력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다. 2개월이 넘도록 자발적 사회적, 물리적 거리두기를 실천함으로써 지역사회와 거주시설, 요양원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켜내고 있는 사회복지종사자들이다. 2주간을 감내한 대구경북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다. 그들은 격리가 아니라 격려 받아야 하며, 차별이 아니라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노인요양원의 종사자들도 그러하다. 박봉과 낮은 처우, 그리고 장시간의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75%가(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 자긍심으로 일하고 있는 평균연령 5~60대의 종사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직업인이다.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감염관리로 그들이 지켜내고 있는 노인의 수가 무려 25만이다.

사회는 그들에게도 역시 격려와 존중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