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과 코로나19, 학교복지사는 뭐하나?
이상한 가족과 코로나19, 학교복지사는 뭐하나?
  • 이승훈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센터장
  • 승인 2020.06.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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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학교 안에서 학생을 돕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입학 후 여러 날 등교하지 않았다. 부모님께 연락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아파트 계단에서 잠을 자고 있는 걸 보았다”, “놀이터에서 만났다” 는 등 학생 소식을 조금씩 알아낼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학생이 학교 복지실로 찾아오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며칠 후 쭈뼛대며 초췌한 모습으로 그 학생이 찾아왔다. 밥을 먹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잠을 재웠다. 지속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부모님으로부터 분리해 아동보호시설로 인도했다. 2003년의 일이다.

그 후로도 학대 피해 학생들을 학교 안에서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마음이 황폐해져버린 부모님과 함께 쓰레기집에 살고 있는 학생, 아버지가 부엌 칼로 위협해 도망 나온 학생, 여관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함께 살며 장애 치료와 교육받을 기회조차 잃어버린 아동, 어머니의 치료거부로 교통사고 후유증이 심해지고 있는 학생, 부모님이 집을 나간 후 영양실조에 걸린 학생 등이었다. TV에나 나올만한 “이상한 가족”으로부터 심각한 학대를 받아온 학생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 투성이었다.

학생들은 학교사회복지사 혹은 교육복지사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이 사업은 국가의 한시적 시범 사업이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거리만큼 서로에게 무관심해졌다. 일부 학생은 학교에 오지 않는 동안 가정에서 아동 학대를 받으며, 신음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끔찍한 뉴스가 터져 나온다. 천안, 창녕, 광주 등 전국적이다. 여행용 가방에 갇혀 살해된 9세 학생, 빌라 다락방 베란다에서 쇠사슬에 묶여 고문 받다 기적적으로 탈출한 9살 A양 등 참으로 끔찍한 사건이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8일 "위기의 아동을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가 잘 작동되는지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국가는 아동보호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동학대 예방 대책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보호전담기관, 아동보호 안전망 등 이전에도 가동되고 있었다. 다만, 아이들의 삶과 가까이 연결된 학교라는 공적 기관에 누군가가 사명감을 지니고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던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2016년 4월 광주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육복지사가 교육급여 대상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가정 10명 자녀 중 7명이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일부는 출생 신고 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교육에서 소외되고, 사회에서 유령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국가는 2003년부터 학교 안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교육복지사 혹은 학교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교육복지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부모의 빚더미로 단칸방에 살며 고립된 광주 7남매를 찾아낸 것도 교육복지사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학교에만 근무한다. 지역교육 재정의 어려움으로 모든 학교에 배치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가정방문과 학생보호를 위한 활동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아동학대 해법을 찾는 교육부조차 교육복지사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정식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다.)

교육부는 학교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학생 위기관리, 교육소외문제 해결, 건강, 안전, 돌봄,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학교 내 교육복지 체계를 만들고 학교사회복지사 배치를 검토해야한다.

이승훈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센터장)
이승훈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센터장)

‘사람이 먼저다’라는 이번 정부의 국정철학을 지지한다.
코로나 이후의 미래사회는 아마도 경제적 생산성에 모든 것이 치중된 사회가 아니라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인간됨을 잃어버리고, 숭고한 생명을 학대하는 “이상한 가족”을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말한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 국가는 뭐하나?”, “복지시스템은 작동하는가?”, “학교와 선생님은 몰랐나?”

국민의 비판은 이 사회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위기감에 찬 호소다. 학교 안에 복지사를 배치하고, 담임선생님, 상담교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사회의 보편약자인 어린 학생들을 도와보자.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넘으며, 휴머니즘이 넘치는 학교와 미래사회 공동체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