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사회복지사의 사업계획서? 관리자의 사업계획서?
실무 사회복지사의 사업계획서? 관리자의 사업계획서?
  • 이경국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0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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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 작성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개별 실무 사회복지사 몫...경직된 사회복지 조직에서 개별 실무 사회복지사 전문성 발휘 어려워

개별 실무 사회복지사 대부분은 사업계획서 승인을 받고나면 왠지 모를 씁쓸한 느낌과 함께 의욕상실이 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바로 사업계획서 결재 시스템(체계)때문입니다.

개별 실무 사회복지사가 사업계획서를 초기에 작성 제출하면 그 계획서를 팀장이 검토하죠.
팀장은 말합니다. "이 계획서가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묻고는 몇가지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실무자는 짧게나마 그렇게 작성한 이유를 설명하지만 결국 팀장이 원하는대로 고쳐서 가져오게 되죠.

가까스로 팀장을 통과한 계획서는 과장에게 전달되고 과장은 팀장에게 묻습니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리고는 몇가지를 지적합니다. 팀장 역시 의견을 제시해보지만 이내 과장의 지시대로 다시 실무자에게 고쳐오라 합니다. 그럼 실무자인 사회복지사는 눈물을 머금고 또 고쳐오죠.

과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관장에게 똑같은 과정을 밟고, 수정에 수정을 거쳐 결재 후 개별 실무 사회복지사에게 오면 그 사회복지사는 사업계획서를 보고 묻습니다!
"누구냐? 넌!"

그 사업계획서는 실무자의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관장의 사업계획서가 돼버립니다. 그러니 어찌 실무자가 의욕을 갖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요. 

사실 사업계획서는 결재를 받는다기 보다 승인을 받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겁니다.
'내 사업을 이런 방법으로 하겠다'라고 동의받는 것이죠. 

어차피 사업계획서의 세부안대로 되는 사업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업 시행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복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변수'라는 녀석인데, 클라이언트는 자유의지가 있어서 실무자 마음대로 안되고, 일정이나 내용은 우리가 미래의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안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계획서는 아우트라인을 잡는 정도로 작성하는 것이고, 실무자에게는 나침반 정도의 의미이기에 사실 관리자들이 고칠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관리자들은 그저 방향을 정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리자들도 사회복지사로서 실무자였을 때가 있었고, 그때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때의 기준으로 현재 실무자가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보니 자꾸 지적하고, 수정하기를 원하게 되죠. 

고치는 관리자는 실무자의 사업계획이 맘에 들지 않고, 실무자는 관리자의 사업계획서에 대한 지적이 아쉽기만 하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따라야죠. 여기는 조직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수직적 조직체계 내에서도 원만하게 사업계획서를 조정ㆍ승인받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관리자는 실무자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실무자는 관리자가 본인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이런 관리자와 실무자 상호 간의 인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실무자는 자신있게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브리핑 등을 통해 관리자에게 피력해야하고, 의지와 사업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야 합니다. 또한 관리자들은 실무자의 주장과 의지를 경청하고 믿어줘야 합니다.

"이건 왜 이렇게 하려하는데요?"라고 묻기 보다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것이라 생각하나요?" 라고 물어서 실무자가 본인의 사업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업계획서 작성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개별 실무자입니다. 그 사업계획의 중심에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하고,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그게 사업계획서 작성 클라스의 차이인 것입니다.

사업계획서를 결재(지적)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동의(승인) 받는다는 생각과, 실무자 개개인이 주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관리자도 '맡겼으니 잘할거라'는 신뢰를 줘야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 이경국 소장

사회복지 사업계획서에 큰일날만큼의 위험한 상황은 거의 없기에 믿으셔도 좋습니다.
본인의 일에 책임을 지는 사회복지사는 분명 전문가이고, 사회복지 서비스는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으로서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사회복지 조직은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조직이 경직되어 있으면 개별 실무자들은 전문성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 잊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