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대처는 날벼락이 될 수도 있다
안이한 대처는 날벼락이 될 수도 있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7.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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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에는 한 두 사람만 관여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여기를 풀면 다른 쪽이 잠기고, 이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면 다른 사람이 서운해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묘수를 짜내려다가 오히려 화를 키우기도 한다.

사회복지시설의 위수탁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양보 없는 대립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온하게 운영하던 사회복지시설을 엉뚱한 사유로 다른 법인에게 넘겨야 하는 입장이 되어보면 우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일이 다른 쪽에서는 신규 사업의 진출이라는 쾌거이기도 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간의 동료들도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린다. 잘잘못을 가리고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속내가 복잡하고, 나름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용시설의 경우에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의 눈총을 받는 일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런 측면도 없다고 하기 어렵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해당 시설이 속한 협회에 비난이 몰린다. 회비만 받아먹고 하는 일이 없다는 원망이 터져 나온다. 본디 협회가 가지고 있는 역동과 한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수탁기간동안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이루었어도 그 업적이 모든 것을 덮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힘이, 지키려는 힘을 능가하는 경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이 세상이고,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혹시라도 지자체의 선택에 부당한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것대로 싸울 일이지만, 탈법이나 불법이 발견되지 않으면 대안의 마련이 쉽지 않다. 고함친다고 해결될 일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우리만은 예외일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날벼락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근간에 사회복지 현장 자체를 흔드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고단한 사회복지 현장에 쏟아지는 일들이라서 자칫 손 놓고 있다가는 큰 화(禍)를 자초할 수 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각종의 정책들이 족쇄로 둔갑할 여지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때, 먼저 할 일은 우리 안쪽의 부실이나 게으름은 없는지 칼 같은 눈으로 살펴야 한다. 동시에 연대의 끈을 더욱 강고하게 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소 엇갈리더라도 사회복지 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소리를 하나로 엮어내야 휘둘리지 않는다.
뒷북은 아무리 그 소리가 커도 쓸모없는 소음(騷音)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