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이 너무 많다
‘벼랑 끝’이 너무 많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8.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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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과 상황이 너무 많다.
노인 자살률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노인빈곤으로 인한 자살은 비극 중에서도 비극이다. 노인 빈곤율이 44%라는 보고는 우리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반증한다. 청소년들의 자살률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너무 높다. 살인적인 경쟁에 시달리다가 창창한 삶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나라에서 희망을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자영업자들의 탄식은 하늘을 찌른다. 양극화의 정도는 수치(數値)를 들먹이는 것조차 두렵다. 상위 1%가 전체부동산의 55%를 가지고 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벼랑 끝 상황은 코로나19로 심화된 것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각종의 조사에서 이미 드러난 일들이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벼랑 끝 한국’을 실감하게 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그 이전에도 도처에 벼랑 끝이 광범위하게 널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광기에 가까운 정치현장의 다툼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나라 전체를 좌절의 끝까지 밀어 올리는 일을 주저치 않는다. 적폐의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해괴한 일들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도 첨예한 벼랑들이 존재한다. 양 극단으로 나누어진 진영(陣營) 간의 갈등은 벼랑 끝에 간신히 발가락만 걸쳐 놓은 형태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가 신기할 정도다.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옹호하는 방법을 보면 대단히 폭력적이다.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을 사람들처럼 사생결단을 내려고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언론의 장난에 휘둘린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선악의 구도를 만들어서 응징과 배척의 언어를 남발하는 일도 허다하다. 별로 크지도 않은 나라에서 이처럼 세대 간, 진영 간, 지역 간, 계층 간 다툼이 극렬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벼랑 끝 사회’는 사람들의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사회적으로도 불안과 짜증이 편만하게 된다. 생지옥이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살인적인 경쟁과 약탈적인 경제체제로는 벼랑 끝이 더욱 날카로워질 뿐이다. 근본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과 의료, 정치제도와 경제생태계를 자본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완전하게 바꿔야 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나라 전체를 개편해야 한다.
복지선진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어려울 때 벼랑들을 없애기 위한 각종의 제도와 정책들을 도입했다. 더 늦기 전에 생각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