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사회복지사님 ! 지금 혼자서 사업계획서 작성하시는거에요?"
"홍길동 사회복지사님 ! 지금 혼자서 사업계획서 작성하시는거에요?"
  • 이경국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15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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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 진행도 혼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혼자라고 생각말기
힘들다고 울지 말기
너와 나 우리는 알잖아
니가 나의 등에 기대
세상에서 버틴다면
넌 내게 멋진 꿈을 준거야

(드라마 2013학교 OST  김보경 노래 중 일부)

실무자가 본인의 조직에서 가장 외로움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요. 
바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 이외에는 아무도 본인의 사업계획서에 대해 관심이 없는듯 합니다.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니 밤 11시를 넘기면서도 퇴근을 못하는 당신에게 그저 "힘들겠다. 수고해."라며 영혼없는 말을 던지고 퇴근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오히려 "내일까지 내는거지? 잘됐으면 좋겠네. 먼저갈게!"라며 퇴근하는 동료는 고맙게 느껴집니다. 적어도 나에게 관심은 있었구나 생각하게되니 말이죠. 하지만 도와주지 않는건 매한가지입니다.

But! 그러나!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 동료를 원망하지 마세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든건 본인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계획'의 전 단계를 '기획'이라고 합니다. 
사전적 용어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계획(計劃)은 '장차 벌일 일에 대해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 규모 따위를 미리 헤아려 구상함'을 뜻하고 기획(企劃)은 ▲어떤 일을 꾸며 계획함 ▲꾸며 계획하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뜻으로 본다면 '기획'은 '계획'의 어머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획'이 '계획'을 낳은 것이죠. '기획'이 없이는 '계획'은 있을 수 없죠. 

실무자 혼자만의 사업계획서 'no'

실무자가 혼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잘못한 일입니다. (잘못했다고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지만 앞날에 험로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사업 기획단계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할 것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 △무엇이 어려운 점인지에 대해 조직 구성원 간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관계있고,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본인(사회복지사  당사자)의 생각과 문제의식을 동료들과 공유해 동료들이 사업 참여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하는 과정을 꼭 필요로 합니다.

이렇게 동기부여가 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조직 구성원들은 자연스레 '기획'에서 '계획'의 단계로 담당자와 함께 넘어가고, 과정상에서 능동적이고 다양한 의견제시 및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업무분장이 이뤄집니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기획을 하고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전직원이 사업 기획 및 계획 공유 회의를 진행하고, 담당자는 본인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중요한 과정이 사라지고, 담당 실무자들이 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첫 칼럼 주제에서 언급했듯, 팀장-과장-부(국)장-관장에 이르는 '층층시하'의 관리체계를 넘어야합니다. 이로 인해 사업담당자들은 사업계획서 작성을 어려워 하거나 기피하게 되니 서비스 공급 감소 및 질의 하락을 우려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신기하고 아이러니한 사실은 (실무자) 홀로 작성한 사업계획서의 업무분장을 보면 기관장부터 하위직원까지 모두 사업에 참여하도록 세부 역할이 주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은 계획서를 작성한 실무 사회복지사 홀로 하고 있고, 조직원들이 바라보는 실무 담당자의 사업계획서는 그저 타인, 타 기관, 타 국의 일에 불과합니다. 

사회복지 영역 대부분은 개별 사회복지사가 단독으로 하는 실천방법보다 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례관리'도 '사업 기획' 및 '계획'도 '후원' 및 '자원개발'도 '지역사회조직'도 복지 기관의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협의해 진행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경국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 소장
이경국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 소장

이 글을 읽은 이후부터는 노력하고 시도해보세요. 
앞으로 나(실무자)는 조직 구성원이자 동료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세요. 
"나는 이런게 문제라 생각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지요?"
이에 대해 동료가 대답 또는 의견 제시를 하는 순간 그 사업은 실무자 혼자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업이 아닌 조직 전체가 관심을 갖고 운영하는 사업이 되고, 그때서야 합리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 칼럼에서는 '사업계획서 쓰는 원칙과 방법'을 오늘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번 더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