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목적과 목표 가득한 사업계획서, 이제 간단히 쓰자
수많은 목적과 목표 가득한 사업계획서, 이제 간단히 쓰자
  • 이경국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22 07:3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이, 길게 쓴다고 좋은 사업계획서라는 고정관념 버려야

"사업계획서는 말이지 ▲총(종합) 사업계획서 ▲단위 사업 계획서 ▲단위 세부사업 계획서 ▲세부 프로그램 계획서로 나뉘어 있단다."

20년간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천하면서 필자조차도 장기간 어쩔수 없이 따라가야만 했던 관성적인 사업계획서 작성 기준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사업계획 작성 기준을 만든걸까요. 

이렇게 종류가 많으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싫어집니다.  작성하는건 어떻던가요. 잘 되시나요? 
그래서 컴퓨터 자판 기능중 'Ctrl + C'   'Ctrl + v '기능이 생겼나봅니다.

사업계획서 작성기준이 4단계 이상이니 '각 단계별로 계획서에 다른 내용을 넣어야 한다'거나 '하위단계로 내려오며 세부내용을 구체화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생각해봅시다.

'All for one, One for all' 

영화 '삼총사' 의 주제곡인 올 포원, 원 포올' (All for one, One for all)은 사업계획서를 쉽고 간단하게 써야할 이유를 말해 줍니다.

'모두를 위한 하나'는 '목적'을, '하나를 위한 모두'는 '목표'입니다. 따라서 사업계획서 작성기준이 4개, 아니 그 이상이라 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쓰고자 하는 것, 써야하는 것,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하나의 사업계획서, 하나의 목적과 그 목적에 기반하는 요약된 목표일 뿐입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에서 수혁을 연기한 이동건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안에 너 있다."고요.
사업계획서 안에 단위가 있고, 세부가 있고,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업계획서를 분신술을 써서 나누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과도한 목적과 목표가 만들어 지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라는 변종이 생기는거죠.

이렇게 목적과 목표가 많으면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요?"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목 메어 부르나 봅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하여 통일, 통일을 이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된걸까,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편의주의를 떠올립니다. 
점검이나 평가시 기준의 세세한 부분까지 봐야 하기에 점검ㆍ평가 하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필요한 내용을 자세하게 봐야합니다.  그렇다 보니 콕 집어 어떤 내용을 가져오라 하거나 찾으라고 하죠. 그리고는 조언합니다. "~을 만드세요."라거나 "~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양식이 생깁니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며 반복되다 보면 '이걸 왜 하는거지'라고 물어도 '원래 그래'라는 답만 돌아옵니다. 

또다른 이유는 사업계획서는 무조건 양이 많아야한다는 인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질도 중요하지만 일단 양이 많으면 그만큼 생각이 많고 정성을 들였다는 증거로 여거 '무조건 많이' 쓰고 보는거죠. 그래서 '필요성'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입니다.

△이론적 배경 △경험적 근거 △지역적 특성 등등 기타는 등등 소리를 낸다 ~~~ 까지
게다가 세부내용에는 종횡무진 모양 또는 김장 때나 쓸 '깍두기 모양의 각종 '표'와 사각의 공간 안에 색을 칠해서 일정을 관리하는 '간트차트'(심지어는 1급 시험에도 출제됨)와 성과지표, 실적지표... 쓰면서도 '왜 쓰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어필하려는지' 도 모르는 내용을 가득 써 넣다 보면 계획서는 어느샌가 블럭(벽돌)두께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미간에는 계급장과 시냇물이 생기고, 예민해 지며, 피곤해집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훌륭한 계획서를 만든 후 그 하위 계획서를 또 작성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기관장, 부장, 과장, 팀장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나아가 우리가 쓴 계획서를 볼 미래의 그분(평가, 점검을 하는 교수나 공무원, 전문가)들을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진정 사업계획서를 왜 쓰는 것일까요. 또 누구를 위해 쓰고, 어디에 활용하는걸까요.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주제로 다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