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제일 잘한 일
2020년에 제일 잘한 일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12.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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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잘한 일이 하나 있다. 지난 6월부터 ‘걷기운동을 시작한 일’이다. 7월부터는 매일 10,000보를 조금 넘게 걸었다. 토요일에는 ‘사부작 사부작 산행’을 하기 때문에 훨씬 많이 걷게 된다. 작심삼일에 그칠 줄 알았던 일이 6개월을 넘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며칠을 빼곤 빠짐없이 걸었다.

한 달째와 석 달째, 걷기운동의 효과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었다. 이제 6개월을 넘었으니 한 번 더 너스레를 떨어본다.

우선, 예전보다 몸이 확실하게 건강해졌다. 걷기를 시작하면서 건강에 해롭다는 것들을 멀리했다. 그랬더니 나이든 이후로 줄창 따라다니던 몇 가지 좋지 않은 신호들이 확실하게 개선되었다. 배가 꺼지고, 체중이 줄었다. 호흡이 길어지고, 잠자리가 편해졌다. 이런저런 잔병치레가 싹 사라졌다. 얼굴색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열심히 걷기만 했는데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체중은 3개월까지 큰 폭으로 줄었으나 이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마음이 건강해졌다. 처음에는 무작정 씩씩거리며 걷기만 했다. 조금 지나자 주변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물소리, 바람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살랑거리는 보폭만큼이나 생각도 편안하게 오갔다. 이 편안함이 생활의 시간으로 연장되었다. 사실 걷기를 시작했다고 해서 삶의 방식이나 사고의 패턴이 몽땅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 몇 개월을 돌아보면 짜증을 내거나 삐친 일이 거의 없다. 걸으면서 정리된 일도 있겠지만, 걷기가 마음을 너그럽게 만든 게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생활이 건강해졌다. 깨작거리던 식사 버릇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마지못해 식사하는 사람처럼 식탁을 대했다. 이제는 보는 것마다 먹고 싶다. 시간만 나면 출출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를 찾는다. 원하는 대로 다 먹으면 금세 예전의 배불뚝이가 될 것이어서 많이 참고 있다. 생활의 규칙성도 회복되었다. 저녁 8시30분이면 나가서 걸어야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만남이 없어졌다. 외식비용이 대폭 줄었다. 삐딱한 자세로 소파에 들어붙어서 시간을 낭비하는 버릇도 줄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6개월 동안 하루 만보걷기를 이어오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회복해야 할 것은 회복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결단하고 행동에 이르기 전까지는 한없이 뭉그적거리던 게으름을 떨쳐버렸다. 일대 수확이다.

무엇보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이 가장 놀랍고 감사하다. 하루 만보 걷기가 새 세상을 만나게 했다. 2020년에 제일 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