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법' 국회 통과…복지국가실천연대, "법이 문제 아냐...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쇄신해야"
'정인이 법' 국회 통과…복지국가실천연대, "법이 문제 아냐...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쇄신해야"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01.0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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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지난 2일 한 방송사를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들끓자 아동학대처벌법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국회의원 266명 중 2명만이 기권한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법안은 18건에 달하는 아동학대처벌법을 병합심사해 통과됐다. 이때문에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아동학대신고의무자의 신고시 조사 수사 착수 의무화 및 즉시 조사 또는 수사 착수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위해 출입할 수 있는 장소에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를 추가 ▲아동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 등의 분리조사 ▲수사기관과 지자체 간 현장조사 결과 상호 통지 ▲아동학대 관련 교육대상에 사법경찰관 추가 ▲업무수행방해죄 법정형을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고, 현행 과태료를 1천만원 이하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민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 1958년 민법 제정 후 63년간 존속한 ‘자녀 징계권’도 사라졌다. ‘사랑의 매’라는 이유로 자녀에게 매질하는 행위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게된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라는 여론은 반영되지 않았다.
법정형이 높아지면 오히려 범죄가 은폐될 수 있고, 법원에서 요구하는 증거의 강도가 높아져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

이에 대해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법정형 하한을 올리면 피해자들이 너무 힘들어진다. 아예 기소도 안될 수 있다.”며 “법원에서도 높은 수준의 증거가 없으면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가 나온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 진술 말고는 증거가 거의 없는데, 가해 부모는 처벌을 면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려고 아동에게 거짓진술 등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양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권고양형을 상향조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아동학대 관련 정보를 관리하고, 경찰은 ‘성폭력 특별수사대’와 같이 ‘아동학대 특별수사대’를 만들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즉시분리 매뉴얼도 이미 있다. 현장이 이 모양이 된 이유는 일은 어려운데 전문성을 키울 새도 없이 법, 정책이 바뀌고 책임지라는데 누가 버텨내나. ‘어려우니 권한분산’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잘하게 해서 유기적인 협력을 이뤄지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복지국가실천연대, 또 다른 아동학대 막으려면 대응체계 전면 쇄신해야

한편, 복지국가실천연대는 8일 성명을 통해 법 개정이 문제가 아니라 법이 정한 적정인력의 배치나 교육 훈련 등 숙련도를 기를 새 없이 바뀌는 법과 제도의 문제때문이라며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울산 울주군 학대 사망사건과 닮았다.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로 부상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고,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체계를 보다 촘촘히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른들은 또다시 수많은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법률부터 뜯어고칠 생각부터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천명하고 대응체계 정비에 나섰으나 현재 배치되어 있는 아동학대 관련 인력은 연간 4만 건에 달하는 신고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달체계 최일선 현장에 있고 각각의 체계마다 고유의 역할수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의 조속한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과 경철, 지자체 간의 협력체계와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력배치는 법정 인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경찰서 담당 인력은 2~3명에 불과한데다 민형사상 소송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보전은 피해자 지원과 사례관리, 지자체는 현장조사와 행정 처리, 경찰은 조사와 수사를 하는 등 그 역할에 전문성과 협력이 이뤄져야 하고, 각 체계의 담당인력은 임용과정에서부터 훈련받은 이들을 투입해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다뤄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쉼터와 일시보호시설, 아보전의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가해자인 부모로부터 아동을 분리시키기가 쉽지 않고, 분리조치 한다 해도 피해아동의 심리정서적 안정과 24시간 보호해야 하는 쉼터는 전국에 고작 70여개소에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더 나아가 피학대아동을 치료하고 예방사업을 하는 아보전의 수도 부족하고 예산도 미흡하다. 각 이제 지자체도 중앙정부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이관 받은 학대 관련 업무에 적정 시설 설치와 운영 예산을 신속하게 편성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아동학대는 대부분 친부모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입양가정에서 발생한 것 때문에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굳이 입양 정책 관련 과제를 살핀다면, 정부가 가입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따라 아동중심 입양가치를 반영하는 등 정부 정책 완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런 과제는 아동학대 대응체계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 사회복지사들이 절절하게 호소해 온 과제들이다. 수많은 ‘정인이’를 보호해 왔음에도 한 명의 ‘정인이’를 보호하지 못한 울분에 우리는 절규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떠나야 보이는 아동이 더 이상 없도록 우리의 호소도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